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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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주력 수출상품이 지난 20년간 일상용품과 식품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TV 수출이 76% 급감하는 등 가전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결과로 분석된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02년과 2021년 일본의 수출금액을 비교한 결과 전자제품의 수출이 반토막난 반면 화장품, 과일 등 일상용품과 식품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과 2021년은 달러당 환율이 130엔 안팎으로 비슷했던 시기다.

2021년 일본의 수출 총액은 83조913억엔(약 824조원)으로 2002년보다 1.6배 늘었다. 반면 전자제품 수출이 크게 줄어든 것이 눈에 띄었다. TV 수출은 2002년보다 76% 감소했다. 음향기기와 사무용 기기는 각각 83%, 54% 급감했다. 오토바이 수출도 20년 새 43% 줄었다.

"한국과 중국의 라이벌에 점유율을 빼앗기거나 디지털화로 사용빈도가 급감한 품목들의 감소폭이 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일본 최대 수출품목이 자동차와 철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381만8910대로 2002년보다 10% 감소했다. 수출금액은 20년 전보다 22% 늘었지만 전체 수출 증가율을 밑돌았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엔화 강세를 피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어웨이 전략'을 펼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혼다는 414만대 가운데 85%인 351만대를 해외 공장에서 생산했다. 닛산자동차는 339만대 가운데 294만대를 해외에서 만들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 가운데 자국내 생산비중이 높은 도요타도 해외 생산량이 581만대로 국내 생산량 276만대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가전 수출품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이 생활용품과 식품이었다. 화장품 수출은 20년새 11.7배 늘었다.

일본의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는 1400억엔 이상을 투자해 도치기현, 오사카부, 후쿠오카 등에 3개의 공장을 세운다. 시세이도가 일본에 생산거점을 신설하는 것은 36년 만이다. 우오타니 마사히코 시세이도 사장은 "화장품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안정성이 극히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에 생산 거점을 둬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차와 과일은 각각 14.1배, 6.6배 증가했다. 일본의 농산물 수출 규모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충격을 극복하면서 지난해 처음 1조엔을 넘어섰다. "일상용품과 식품은 일본에서 생산했다는 점이 해외에서 품질보증서로 통하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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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1990년대 이후 급감했던 완구산업도 부활했다. 지난해 일본 완구 수출은 2002년보다 2.6배 증가하며 전성기였던 1990년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완구 제조업체 반다이스피리츠는 시즈오카현에 '기동전사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건담 프라모델 제품을 거의 100% 일본에서 생산해 완구의 정밀도까지 따지는 수요자의 트렌드에 맞춘다는 전략이다.

반다이 관계자는 "기술인력 확보와 금형 보관, 일본산 브랜드가 가지는 메리트 등을 고려하면 건담 프라모델을 해외에서 생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