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 수요 늘면서…
식품업계 "빼면 잘 팔린다"
식품업계에서 ‘빼기’ 열풍이 불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알코올, 밀가루, 고기, 설탕 등을 뺀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주류 시장에선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무알콜 맥주가 뜨는 분위기다. 특히 과음·폭음 대신 여럿이 어울려 가볍게 술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려는 MZ(밀레니얼+Z)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다.
25일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 13억원 규모였던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0억원으로 15배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에선 2025년엔 무알콜 맥주 시장이 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판매를 개시한 ‘오비맥주 카스 0.0’은 출시 직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온라인에서 누적 판매 400만캔을 돌파했다. 맥주에서 알코올만 추출해 내는 ‘스마트 분리공법’을 적용해 도수를 0.05% 미만으로 낮췄다. 하이트진로의 무알콜 맥주 ‘하이트제로 0.00’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78% 늘었다.
하이네켄, 칭다오, 칼스버그, 호가든 등 수입 맥주 브랜드에서도 무알코올 제품을 내놨다. 최근 벨기에 밀맥주인 호가든도 ‘호가든 제로’를 출시했다. 호가든과 같은 원료를 사용해 동일한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쳤지만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코올만 추출했다. 수제맥주 회사인 제주맥주, 곰표 밀맥주로 유명한 세븐브로이맥주도 도 무알코올 맥주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버터·우유·달걀 등을 넣지 않은 ‘비건 빵’도 수요가 늘어났다.
신세계푸드는 건강 특수식 전문기업 닥터키친과 함께 만든 '식물성 가득 단호박 식빵', '곤약 통곡물 식빵' 등을 판매 중이다. 이 빵들엔 버터, 계란, 우유가 들어있지 않고 식물성 원료나 곡물, 곤약 등이 첨가돼 있다. 매일유업 역시 식빵을 전문으로 파는 유명 베이커리와 협업해 유당이 들어있지 않은 락토프리 식빵을 내놨다. 제품명은 '어메이징 오트 통밀식빵'으로 통밀가루와 귀리, 오트밀 원물 등이 재료로 쓰였다. 우유나 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 유당이 첨가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음료업계에선 최근 무설탕 경쟁이 치열해졌다.
설탕 대신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를 넣어 당류가 없고 칼로리가 낮은 ‘제로콜라’나 ‘제로사이다’ 등이 인기다. 농심은 ‘웰치제로’ 2종을 출시했다. 탄산음료 웰치소다의 과일맛은 그대로 살리고 칼로리는 낮췄다. 지난달 초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과일향 탄산음료 ‘탐스 제로’ 3종은 출시 3주 만에 410만캔이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1월 선보인 ‘칠성사이다 제로’가 연간 1억캔 넘게 팔리며 흥행하자 올 들어 제로 칼로리 제품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채식 요리도 수요가 높다. 대체육을 개발해 고기가 빠진 고기 식단을 생산하는 업체가 늘었다.
오뚜기는 비건 전문 브랜드 ‘헬로베지(Hello Veggie)’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채소가득카레’와 ‘채소가 짜장’ 등을 내놨다. 육류 대신 표고버섯, 병아리콩, 완두콩 등을 넣었다. 농심과 풀무원은 아예 비건 전문 레스토랑을 열었다. 풀무원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144.6㎡ 규모의 비건 전문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열고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13개 메뉴를 팔고 있다. 농심은 오는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열어 파인 다이닝 형식의 비건 식당을 운영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