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부문화 이끌 작은 실천
최근 파월 장병 출신인 이용섭 씨(79)가 대한적십자사에 5000만원을 쾌척해 훈훈한 온기를 전했다. 편치 않은 몸으로 고시원에서 근근이 삶을 꾸려가는 처지임에도 본인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한 것이다. 이용섭 씨의 기부가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보탬이 되고자 한 마음의 크기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는다. 하지만 모든 가정이 이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아동·청소년 가정 등 소외계층의 외로움과 소외감은 더욱 짙어진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부담마저 가중된 상태다.

이런 때일수록 일상 속 작은 기부가 큰 힘이 된다. 대한적십자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과 아동·청소년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른둥이로 태어나 뇌병변장애와 사지 마비, 심한 발작으로 고통받는 일곱 살 선우를 돕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취약계층 청소년 장학금 지원을 위한 꿈나무 캠페인 등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기부 문화가 자리 잡아가면서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개인 기부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온정의 손길이 모든 소외계층에 골고루 가닿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 구성원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하는 ‘생활 속 기부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1년에 한 번 적십자회비 납부로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을 시작할 수 있다. 적십자회비는 지로뿐만 아니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도 납부할 수 있다. 이외에 나무 심기, 심리 지원 프로그램 등 기부자의 관심사에 맞춘 다양한 적십자 나눔 활동에도 상시 참여할 수 있다.

기부 문화 활성화 측면에서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기부왕’으로 불리는 사업가 척 피니는 기부 재단을 설립해 거액의 재산을 기부하며 부의 사회 환원에 앞장서고 있다.

일상의 작은 실천은 삶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 《기부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까?》(노법래, 보건사회연구, 2020)에 따르면 기부 행위는 개인의 행복을 증진하고 우울감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부와 행복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한 실증 연구다. 기부는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해소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사회적 투자이자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길이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나눔으로 나와 우리 이웃이 함께 행복을 누리는 가정의 달 5월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