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의 환생’ ‘피아노의 젊은 황제’.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이자 이 대회 역대 네 번째 그랑프리 수상자인 1997년생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사진)에게 붙는 수식어다. 섬세한 음색으로 피아노의 서정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그는 <아르떼>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ONF)는 단원의 개성과 음악적 해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항상 생동감과 예상치 못한 감정으로 가득하다”고 했다.이번 내한 공연은 캉토로프의 진면목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파리에 사는 캉토로프는 ONF 단원들과 막역한 사이여서다. 기존 단원들과도 연주할 기회가 많았고, 최근 합류한 단원도 같은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가 많다.캉토로프는 부모님이 모두 바이올리니스트인 집안에서 자랐다. 그도 어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지만 결국엔 피아노를 골랐다. “저는 어릴 때 게을렀어요. 빨리 뭔가를 이해하고 바로 결과물을 내고 싶었는데 바이올린은 안 그랬어요. 제대로 된 소리를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하지만 피아노는 보상이 비교적 즉각적이에요. 멜로디와 화음을 바로 낼 수 있고 간단한 곡도 빨리 연주할 수 있어요. 각 음표가 피아노 건반과 직접 연결된다는 사실도 논리적이고 직관적이어서 좋았어요.”캉토로프는 음악 외의 영역에선 변화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여러 나라의 공연장을 돌면서 새로운 피아노로 연주해야 하는 낯선 환경에서 안정감을 지키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시간은 악보 분석에 쓴다.“평소 연주에서의 몸짓, 음표 사이의 타이밍, 전체 곡을 하나의 유기적인 흐
다음달 29년 만에 내한하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는 두 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첫날인 4월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선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 샤를 카미유 생상스(1835∼1921)의 작품으로 전체 레퍼토리를 채운다. 생상스 ‘맹세에 의한 3개의 교향적 회화’ 중 3악장,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 ‘이집트’,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30일 예술의전당에선 보다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공개한다. 프랑스 작곡가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2번,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미국, 독일을 거쳐 프랑스 국립 악단을 이끌게 된 미국인. 2024년 파리올림픽 개막식 공연과 그래미상 수상을 나란히 경험한 거장. 지휘자 크리스티안 머첼라루(45·사진) 얘기다. 동시대 40대 지휘자 중 가장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경험을 지닌 그가 다음달 29일과 30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그를 서면으로 미리 만났다.머첼라루의 유년 시절은 격동기였다. 1980년 그가 태어난 루마니아 서쪽 끝 도시인 ‘티미쇼아라’는 한국인에겐 생소하지만 루마니아에선 현대사를 결정지은 곳이다. 1989년 이 도시는 독재자 차우셰스쿠를 몰아낸 혁명의 발상지였다. 머첼라루는 독재자가 최후를 맞이하고 공산정권이 무너지는 과정을 봤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유와 해방의 행복감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경험한 시기”였다.혁명과 함께 시작한 그의 10대였다. 음악가를 부모로 둔 머첼라
프랑스 영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포근한 제목과 달리 다소 낯선 느낌의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감독과 배우의 면면 때문이다. 감독인 에르완 르 뒤크는 신예급이고 남우주연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트는 아르헨티나 배우다. 여우주연 셀레스트 브룬켈은 2002년생이다. 그런데 영화는 뜻밖이다. 그것도 아주. 이유는 영화의 서사를 꽤 시적으로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식이다. 딸 로자(셀레스트 브룬켈 분)의 남자 친구 유제프(모하메드 루리디 분)는 날마다 그녀 집에서 자고 간다. 멀쩡한 계단을 놔두고 그녀의 아빠 에티엔(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분)의 눈을 피해 2층 창문으로 기어 올라가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그러면서도 둘은 육체적 관계를 하지 않는다. 로자는 아빠 에티엔에게 유제프와의 첫 경험 얘기는 꼭 공유하겠다고 말한다. 로자가 유제프와 자지 않는 이유는 아빠가 상심할까 봐여서다. 에티엔과 로자 부녀는 특별하다. 로자는 에티엔을 아빠 이상으로, 삶의 동반자이자 반려자로 사랑한다. 그렇다고 이성으로까지는 아니다.로자는 그림을 잘 그린다. 프랑스 동북부 예술전문대학인 메스에 입학 허가를 받은 참이다. 로자의 그림 실력은 엄마 발레리의 유전자 덕인데, 발레리는 에티엔과 하룻밤 정염으로 로자를 낳은 후 갓난아기일 때 부녀를 버리고 떠났다. 이 가족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아빠 에티엔은 해안 작은 도시의 시청 아마추어 축구단 코치로 살아가며 택시기사인 엘렌(모드 와일러 분)과 사귀는 사이다. 에티엔은 혼자 이를 악물고(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딸아이를 키워냈다. 당연히 너무 힘들고, 너무 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