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로만 매일 1만여명 떠나
외지 출신 노동자들 "전엔 꿈의 도시, 이젠 다신 안 와"
'상하이 탈출' 수요 급증에 위조 여행허가서까지
두 달 가까이 봉쇄가 이어져 경제·사회가 마비된 상하이를 벗어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구하기 힘든 여행 허가 증명서를 위조하는 일도 벌어졌다.

상하이시 공안국은 22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여행 허가 관련 서류를 위조해 팔아 불법 이익을 챙긴 혐의로 리모 씨 등 2명과 이들로부터 위조 서류를 산 고객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시는 지난 16일부터 봉쇄 강도를 서서히 낮추면서 제한적으로 일부 사람이 상하이를 떠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를 떠나려면 상하이 거주 지역 관청이 발급하는 '상하이 이탈 증명서'와 목적지 지역이 발급하는 '수용 증명서'를 모두 받아야 한다.

두 증명서를 모두 발급받고 코로나19 검사까지 추가로 받아 상하이를 벗어나더라도 국경 간 이동과 마찬가지로 목적지에 도착하면 2주가량 호텔 등 지정 장소에서 격리해야 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사람이 연일 상하이를 떠나기 위해 훙차오 고속철 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훙차오역에서는 매일 상하이를 떠나는 고속열차 10편이 운행되고 있다.

매일 상하이를 떠나는 사람의 규모는 대략 1만여명으로 전해졌다.

열차 외에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통해 나가는 이들까지 합치면 지난 16일 이후 상하이를 떠난 사람은 1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는 평소 훙차오역을 통해 오가던 규모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다.

하지만 기차역 입구에서 역무원들이 여행 증명서와 코로나19 음성 증명 등 복잡한 증빙 자료를 일일이 검사하면서 훙차오역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서너 시간 이상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늘어난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부족해 열차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훙차오역 인근 거리와 주차장 등지에서 대거 노숙하면서 표를 계속 구하고 있어 일대는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상하이 탈출' 수요 급증에 위조 여행허가서까지
상하이 봉쇄가 완화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상하이를 벗어나려는 사람 중 다수는 상하이에 정주한 시민들이 아닌 농민공을 포함한 외지 출신 노동자와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다.

외지 노동자들은 상하이 봉쇄 완화가 막 시작됐지만 도시가 정상을 되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고향이나 다른 제삼의 도시로 나가 일자리를 다시 찾는 것이 낫겠다고 여긴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외지인에게 포용성이 가장 높은 도시로 평가받던 상하이가 이번 장기 봉쇄의 충격으로 외지인의 선호도가 떨어질 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훙차오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만난 청두 출신 상하이재경대 대학원생 링씨는 "봉쇄 전만 해도 친구들 사이에서 졸업 후에 가장 일하고 싶은 곳은 상하이였지만 앞으로는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훙차오역을 통해 상하이를 떠난 한 외지 근로자는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올린 영상에서 "상하이는 오랫동안 꿈에서도 가고 싶은 도시였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