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이 아시아에 주목하는 사이 남미 공략
미국이 아시아에 주목하는 사이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 공략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전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주 우루과이, 니카라과, 에콰도르 외교장관과 잇달아 전화 통화를 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글로벌 안보 구상'(이니셔티브)을 홍보했다.

왕 부장은 통화에서 중국은 일부 국가가 이념을 내세워 국제 사회의 편을 가르는 것에 반대하며, 중국은 남미와 협력하는 데 지정학적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우루과이 외교장관은 '글로벌 안보 구상'이 자국의 외교 정책 입장과 일치한다고 말했고, 니카라과 외교장관은 해당 구상에 자국이 참여할 뜻을 밝혔다.

에콰도르 외교장관은 해당 구상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자국은 중국이 주권과 안보·발전 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21일 보아오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안보 구상'을 제안하며 구상의 내용으로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 내정불간섭,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냉전 사고 및 일방주의 반대, 안보 불가분 원칙 견지 등을 거론했다.

특히 '안보 불가분 원칙'은 일국의 안보를 위해 타국의 안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중국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에 반대하는 러시아 입장을 옹호하는 맥락에서 자주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고 비판했다.

SCMP는 "'글로벌 안보 구상'이 어떻게 이행될 것인지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지만 이 구상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공동 제재를 비난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왕 부장과 남미 외교장관들과의 통화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목적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추진하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이뤄졌다.

둥징성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과 남미 국가들의 관계는 경제 협력과 무역으로 엮인 것이었으며 글로벌 안보 구상은 새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안보 구상'이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궈춘하이 중국남미연구센터장은 해당 구상의 세부내용이 부족하지만 중국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동맹이나 우호 관계가 적은 국가들을 자신들이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내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반구의 많은 국가에 개발은 근본적 문제"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은 안보와 개발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안보가 없다면 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환경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