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의회 성폭력·소극적 기후대책에 뿔난 여성들, 투표소로"
"기후대책·정치책임 요구한 여성들이 호주 총선 흔들었다"
호주 총선 결과와 관련해 기후변화에 관심을 두고 정치권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전문직 여성들이 호주 정치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여성들이 정치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고 22일 분석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이끈 집권당이 8년여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된 것은 기후변화 등에 초점을 맞춘 무소속 신인 정치인들의 약진과 관련이 크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사업, 의료, 미디어 분야에서 성공하고 이번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여성 후보자들이 부유층이 사는 도시 선거구에서 모리슨 총리의 보수연합에게서 5석을 빼앗아 '제3세력'으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방송의 분석에 따르면 앤서니 알바니즈 대표가 이끄는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은 총 151석의 하원 의석 중 최소 72석을 얻어 제1당에 오르는 것이 확정적이다.

반면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국민 연합은 50석을 얻는 데 그쳐 8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녹색당과 무소속 후보 등은 15석을 차지했는데, 현지에서는 선거 캠페인에 청록색을 사용해 '청록'으로 불렸던 여성 중도파가 만든 변화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이먼 잭맨 시드니대 교수는 여성 자원봉사자가 운영을 주도한 선거 캠페인을 언급하면서 "호주 정치에서는 이런 것을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 월러스 캔버라대 교수는 "호주 정치권이 책임감을 되찾게 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었다"며 "정부에 격분한 여성과 기후정책에 대한 조치를 원하는 유권자가 상당히 겹쳤다"고 분석했다.

사이언 버밍엄 전 재무장관은 집권당의 패배 원인과 관련해 외부에서 요구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수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호주 의회 내부에서 장기간 발생한 성추행·성폭행 사건에 대한 실망감도 선거에서 다수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잭맨 교수는 "고학력 유권자들은 호주 직장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성폭행 등 청렴성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에 분노했다"며 "여성들은 투표할 동기가 확실했고 남성들도 자유당은 과거의 정당이라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투표는 종료됐지만 하원 의석 중 14석의 주인은 아직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당이 제1당으로 올라서는 것은 확실하지만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총 76석이 필요하다.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과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