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여자 환자가 내원해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묻는다. 환자가 말하는 증상으로는 반월상 연골 파열이 의심스러웠다. 무릎 관절은 다른 관절과는 달리 연골이 두 개다. 하나는 무릎뼈에 붙어있는 뼈 연골이고, 다른 하나는 허벅지 뼈와 종아리뼈 사이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연골이다. 초승달처럼 생겨 반월상 연골이라 불리는데, 이 연골은 무릎 관절에 실리는 충격을 흡수하고, 체중을 분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래 반월상 연골은 말랑말랑하고 탄력이 좋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수분이 빠지면서 탄력을 잃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찢어질 수 있다. 환자의 경우도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무릎을 크게 부딪친 적은 없지만 노화로 인해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검사를 해보니 예상대로 반월상 연골이 찢어져 있었다. 하지만 반월상 연골 가장자리가 부분적으로 찢어졌고, 손상된 정도도 크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이 정도면 적절한 치료를 하고, 잘 관리하면 연골이 섬유성 재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릎뼈 연골은 재생되지 않는다. 뼈 연골은 두께가 3㎜ 정도 되는데, 보통 40대부터 연골이 닳기 시작한다. 뼈 연골은 한 번 닳으면 재생이 불가능해 3㎜ 두께의 연골을 평생 아끼면서 잘 써야 한다.
반월상 연골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반월상 연골 바깥쪽 가장자리에는 혈관이 있어 피가 통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붙을 수 있다. 손등이나 피부가 찢어졌을 때 시간이 지나면 속에서 살이 차오르면서 저절로 아물 듯이 반월상 연골 역시 완전히 찢어진 것이 아니라면 연골이 부분적으로 섬유화되면서 붙기도 한다.
문제는 반월상 연골이 완전히 찢어질 때까지 많은 분이 그냥 방치한다는 것이다. 가장자리가 조금 찢어졌을 때는 불편하거나 아파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피가 통하지 않아 재생이 안 되는 반월상 연골까지 손상돼 통증이 심해지고, 결국 불가피하게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무릎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뼈 연골 못지않게 반월상 연골을 아끼고 잘 관리해야 한다. 반월상 연골이 찢어지면 10년 이내에 관절염으로 진행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그러니 무릎을 만지면 뜨끔한 압통이 느껴지거나 무릎이 뻑뻑하고 따딱 소리가 나거나 관절에 물이 차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릎이 아프지 않더라도 미리 반월상 연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좋다. 우선 표준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무릎은 평소 체중의 약 3배 정도의 하중을 견디고 있기 때문에 체중이 많이 나가면 그만큼 연골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체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세이다. 반월상 연골에 가장 위협적인 자세가 ‘쪼그리고 앉는’ 것이다. 쪼그려 앉으면 반월상 연골에 압박이 많이 가해지면서 찢어지기 쉽다. 양반다리도 심하게 하면 좋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무릎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대표적인 운동은 스쿼트, 런지 두 가지다. 자전거 타기도 무릎 관절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다만 울퉁불퉁한 길에서 자전거를 타면 관절에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실내 고정식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안전하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