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북에 방역협력 손내밀었지만…北호응 가능성 희박
성명서 판문점선언은 빠지고 北인권엔 "심각한 우려"…북한 반발 예상
[한미정상회담] 北에 코로나지원 강조에도…인권 등 메시지는 강경해져
한국과 미국 정상이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북한 인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전반적 대북 메시지의 톤은 강경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한미의 코로나19 방역지원 제안에 호응하기 보다는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한미 정상은 21일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최근 북한의 코로나19 발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며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그간에도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하며 지원 의지를 밝혔지만 정상 차원에서 이를 거듭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북한이 방역지원에 호응한다면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대북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됐다고 자평하며 연일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미 정상이 방역지원을 제안한 이날 북한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봉쇄·격리 방역 조치를 완화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만일 김정은이 한미의 지원을 받는다면 그건 지난 2년 넘게 시행한 방역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북한이 한미의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한미정상회담] 北에 코로나지원 강조에도…인권 등 메시지는 강경해져
특히 한미 공동성명에는 지난해 5월 공동성명과 비교해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한결 엄격해졌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던 지난해 성명 문구와 비교하면 직설적이다.

또 지난해 5월에 명시됐던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이나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계승 문제도 이번엔 빠졌다.

북한은 두 합의문을 김정은의 주요 대미·대남 업적으로 꼽고 있다.

아울러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해 "한반도 뿐만 아니라 여타 아시아 지역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했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모두 지난해 공동성명에는 없는 내용들로, 한국의 정권교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미연합훈련 확대를 위한 협의 개시,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미군 전략자산 전개 재확인 등도 북한이 그동안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 반발해온 이슈들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만남에 대해 진지하고 진실됐는지에 달려있다"고 한 답변도, 실질적 비핵화 진전 없이는 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