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마라톤 의총 '찬성 당론' 채택…지방선거 앞 발목잡기 역풍 우려
'부결 제동' 걸었던 이재명, 원내 영향력 증명 평가도
'낙마 압박' 野, 결국 실리 택했다…이재명 영향력 입증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은 결국 실력(實力) 행사가 아닌 실리(實利)였다.

민주당은 20일 오후 3시간의 마라톤 의원총회 끝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국회에 제출한 '한덕수 임명동의안'은 열흘 만에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의총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한덕수 부결'로 기운듯했던 당내 기류는 치열한 토론을 거치면서 서서히 찬성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졌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새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라는 점에서 167석을 무기로 낙마를 강행할 경우 '발목잡기' 프레임에 따른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판세가 녹록지 않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당내 온건파의 의견이 힘을 받으면서 기류가 급변했다는 것이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 후 기자간담회에서 "총리 자리를 오랜 기간 비워둘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야당이 막무가내로 새 정부를 발목잡기 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당 지도부는 "역대 가장 관리 안 된 초대 총리 후보자"(윤 비대위원장), "공과 사의 경계를 심각하게 무너뜨리며 살아온 것이 입증"(박홍근 원내대표) 등의 메시지를 내며 인준안 본회의 표결에 앞서 강경론에 가까운 스탠스를 취했다.

원내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실상 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낙마 압박' 野, 결국 실리 택했다…이재명 영향력 입증
그러나 막상 의총장에서는 인준안을 통과시키는 게 장기적으로 '실리'라는 온건파의 의견이 강하게 분출되면서 논의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오후 4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두 시간 연기하며 의총을 이어간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가결파 대 부결파의 대치가 계속되자 결국 '거수투표'를 실시했다.

민주당은 인준 찬성표가 과반이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찬성 거수 의원이 반대보다 조금 많은 정도였다"고 전했다.

끝까지 찬반 진통이 거듭됐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부결로 기울던 민주당 기류가 급변한 데에는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이자 국회의원 보궐선거(인천 계양을) 후보자이기도 한 이 고문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첫 출발하는 단계라는 점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인준안 부결에 제동을 걸었다.

아울러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 당장 선거를 치르는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잇따라 '인준안 가결론'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10여 명은 원내 지도부에 인준안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영 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지방선거 후보들의 의중까지 감안해서 인준안 찬성을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낙마 압박' 野, 결국 실리 택했다…이재명 영향력 입증
민주당이 거대 야당으로서 맞은 첫 시험대에서 이 고문의 원내 영향력이 입증된 만큼 원내 입성시 당권 장악 작업에도 속도가 더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사실상 많은 의원들은 이재명이 당 대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오늘 이런 결과가 나온 것도 그러한 분위기와 닿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준안 찬성 당론은 예상된 결과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낙마 강행을 요구한 일부 강경파와 인준을 고심해 온 지도부가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막상 반대편 찬성론은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실제로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해 주자'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 고문의 의견보다는 지방선거에서의 여론 역풍에 대한 우려가 컸을 것"이라며 "이 고문도 결국 자신의 향후 정치행보가 지방선거 결과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인준 찬성을 주장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