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주한 미 공군 경기 오산기지 도착 후 곧바로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는 것으로 한국 방문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평택 공장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함께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두 정상을 안내했다.세계 반도체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한국과의 경제안보 동맹에서 반도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반도체시장의 삼각 축에서 삼성전자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 ‘반도체 동맹’을 통해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美 파운드리 경쟁력, 삼성에 의존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의존도가 높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수시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자체 설계한 칩을 맡길 파운드리 회사 확보에 혈안이다.메모리 반도체인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41.9%(2021년 4분기)다. SK하이닉스와 합치면 70%를 넘는다. 파운드리에선 대만 TSMC에 이은 세계 2위다. 시장점유율은 18.3%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하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 부문에선 TSMC를 견제할 유일한 카드로 평가하고 있다.실제 애플, 퀄컴 등도 TSMC와 삼성전자 등에 칩 제조를 함께 맡기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방문에 동행한 것도 이 같은 반도체 생태계를 보여준다는 해석이다.미국 정부가 삼성전자를 통해 중국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SMC나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강화해 중국의 반도체 제조능력을 제한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화웨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기린’처럼 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갖춘다고 해도 파운드리가 없으면 현실화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수출 2027년 1700억달러”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평택 공장을 찾으면서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오다. 정부는 세계 반도체 패권전쟁 속에 반도체 등 미래전략산업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 3일 내놓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첨단 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초(超)격차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신(新)격차까지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반도체 설비투자 때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허가 과정을 일원화해 처리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1280억달러(약 162조3000억원)였던 반도체 수출을 2027년 1700억달러(약 215조6000억원)로 30%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3나노 반도체 소개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원래 잡혀 있던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가 ‘회계 부정·부당합병’ 관련 이날 공판은 예정대로 속행하되, 이 부회장의 불출석을 허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이 부회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차세대 반도체를 선보인 것으로 전해졌다.업계 관계자는 “3㎚에서는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인 TSMC보다도 삼성전자가 앞선다”며 “이 부회장이 직접 제품을 소개하며 삼성의 높은 기술 경쟁력을 각인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신영/정지은 기자 nyusos@hankyung.com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 참여연대의 용산 대통령실 근처 집회를 허용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참여연대가 서울 용산경찰서의 집회 금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재판부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쟁기념관 앞 인도와 하위 1개 차로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허용하고, 이를 벗어난 집회에 대해서는 경찰의 금지 처분을 유지했다. 참여연대는 당초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국방부 정문 앞과 전쟁기념관 앞 2개 차로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했는데, 집회는 허용하되 범위를 축소한 것이다.참여연대는 ‘남북·북미 합의 이행 및 한반도 평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국방부와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금지 통고를 받자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용산경찰서는 집무실 100m 이내에서 이뤄지는 시위라는 이유로 금지 통고를 내렸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데, 집무실도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는 논리다.이전까지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관저였기 때문에 이 같은 논쟁이 없었지만,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면서 법적 해석에 이견이 생긴 것이다. 재판부는 “집시법에서 정한 대통령 관저란 직무수행 외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주거 공간만을 가리킨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또한 “집시법 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이 거주하는 공관 등은 집회 금지 장소로 정하고 있으나, 이들이 직무를 수행하는 국회의사당, 법원, 헌법재판소는 집회 개최를 허용하고 있다”며 “형평성을 고려할 때 대규모로 확산할 우려가 없는 집회·시위는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법원은 지난 13일에도 집무실 근처의 집회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같은 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 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옛 대통령경호법 시행령에서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구분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날 법원은 또 다른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신청한 집회금지 집행정지 가처분도 같은 이유로 인용했다. 이 집회 역시 참여연대 집회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만 허용된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용산공원 개방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시범 개방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편의시설 등 사전 준비 부족으로 관람객 불편이 예상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