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 1번 찍어줄게"…힘 빠지는 국민의힘 부산 후보들

"여야 바뀌어도 기호는 그대로" 유세 때마다 일일이 설명에 진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해 국민의힘이 여당이 됐잖아. 그니까 빨간 당이 1번이지? 걱정 마, 1번 찍어줄게."(부산 동래구 거주 70대 유권자)
"어렵게 정권교체를 했는데, 왜 국민의힘 후보가 2번입니까.

이상합니다.

"(부산 동구 거주 30대 유권자)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부산 후보자들을 허탈하게 하는 유권자들의 말들이다.

후보들은 유권자를 만나 명함을 돌리면서 "국민의힘은 2번입니다"를 계속 되풀이 해야 하는 형편이다.

국민의힘 장준용 부산 동래구청장 후보는 지방선거 기호 얘기를 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 후보는 "60대 이상 유권자들 대부분이 국민의힘 기호를 1번으로 알고 있어 유권자들을 만날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 기호 2번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우리 당을 지지하는 30대 유권자 중 상당수도 '국민의힘이 왜 2번이냐'고 묻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 기호는 국회 의석수로 정하는데 여소야대여서 2년 뒤 총선까지는 국민의힘이 2번이라고 설명하지만, 기호가 헷갈리는 바람에 표를 잃지는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저뿐 아니라 국민의힘 후보들의 공통된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 후보는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인 자신이 2번 후보인 사실만을 강조해서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따로 발송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재선에 도전하는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후보는 이런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 후보 선거 공보물에는 기호 1번이 분홍색으로 표시돼 있고, 현수막 사진에도 분홍색 셔츠를 입고 있다.

서 후보는 "어느 정도 전략적인 선택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이번 지방선거를 끝으로 정당 색깔에 따라 후보가 평가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고, 선출직 공무원은 니편 내편 구분 없이 일 잘하는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보물 기호 색깔로 논란이 있다는 건 잘 알지만, 정치적 정체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