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한미동맹 재정립 기대…'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목표
외교 공식 데뷔 무대…反中연대 동참 폭 가늠 '시험대'
[한미정상회담 D-3] ① 취임 11일만 초고속 대좌…"한미동맹 원궤도 복귀"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는다.

지난 10일 취임 이후 11일만이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이른 시기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윤석열 정부의 향후 대미 관계, 나아가 외교·안보 정책의 향방을 결정짓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점에서 이번 회담은 집권초 빅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 뒤 이튿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후 용산 청사를 찾는 첫 공식 외빈이다.

한국 대통령 방미보다 미 대통령 방한이 먼저 이뤄지는 건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7월 이후 29년 만이다.

취임 2주일도 안 돼 이뤄지는 '초고속 대좌'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동아시아 순방에 나서고 한국을 첫 행선지로 택하면서 성사됐다.

대중 견제를 외교·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두면서 한국과의 공조가 긴요해진 바이든 정부의 한국 중시 기조를 보여준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이어진 남북·북미 관계의 냉각기 속에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로 한반도 주변 긴장이 고조된 만큼, 한미의 대북 공조를 재확인하며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양국은 특히 북한의 제7차 핵실험 징후가 짙어지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다른 현안을 제쳐두고서라도 대북 정책을 놓고 미국과 처음 손을 맞춰보는 것이 시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방한을 앞두고 북한 내 코로나19가 확산세가 커지는 것은 새로운 변수다.

윤 대통령이 북한에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등의 지원 의사를 밝힌 만큼, 한미 간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에도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2018년 판문점 선언, 북미 정상회담 후 발표한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과거 합의가 언급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확히 1년 전인 2021년 5월 21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 공동성명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을 한미동맹의 재정립 계기로 인식하고 있다.

취임사에서도 강조했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토대로 대북 문제에 쏠림 현상이 있었던 한미 협력의 범위와 대상 모두 전방위적으로 넓힘으로써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수 진영이 인식하기로 한미동맹이 가장 강력했다고 보는 이명박 정부 당시도 넘어서는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양국 정상이 신뢰 관계를 조기에 구축하고 한미동맹을 원 궤도에 복귀시키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이번 회담의)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 5년간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또는 연기,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중단 등으로 한미관계의 핵심인 군사동맹이 약화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윤 대통령도 대선후보이던 지난 1월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며 "민주당 정권에서 무너진 한미동맹을 재건하겠다"며 "기본적으로 군사안보 동맹인데 이걸 지키려면 정례적인 연습을 훈련해야 하는데 그 자체를 안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새 정부는 연합 방위태세 강화뿐 아니라 경제안보 협력, 우크라이나 등 지역·글로벌 사안 기여를 통해 한미 협력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이 추진하는 '반중'(反中) 연대에 얼마나 동참할지와 관련, 이번 회담이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공급망 협력 강화를 비롯해 경제안보 현안을 논의할 계획임을 예고했다.

한국이 IPEF에 참여한다는 것은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전략에 본격적으로 공조한다는 외교적 함의를 갖는다.

이번 회담에서 IPEF와 관련해 얼마나 구체화한 입장이 나올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회담은 윤 대통령의 주요국 정상과의 첫 회담이자 사실상 국제외교 공식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임기(2025년 1월)까지 최소 2년 반 이상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최우방 동맹국 정상과의 공식 상견례다.

1960년생으로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사퇴 전까지 26년간 검사로 일했던 윤 대통령과 1942년생으로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내는 동안 '외교통'으로 인정받았고 오바마 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으로 재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케미도 관심을 모은다.

[한미정상회담 D-3] ① 취임 11일만 초고속 대좌…"한미동맹 원궤도 복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