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 무게 10배 증가, 경작지 20% 경반층으로 기능 상실
농업용 중장비의 역설…토양 딱딱하게 만들어 생산성 위협
콤바인을 비롯한 농업용 중장비가 대형화하면서 작물이 뿌리를 뻗지 못할 정도로 토양이 굳어져 경작지의 20%가량이 못 쓰게 될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간의 노동력을 줄이고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대형 중장비가 투입되지만 오히려 생산력이 떨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스웨덴 농업과학대학 토양 역학 교수 토마스 켈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농업용 중장비의 무게 변화와 토양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토양이 생태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미국 국립과학원에 따르면 연구팀은 기존 자료를 활용, 농업용 중장비의 무게가 관련 자료가 기록된 1958년 약 4천㎏에서 2020년께 3만6천㎏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타이어 크기가 늘어나 표면에서 받는 압력은 분산됐지만 그 밑의 깊은 토양층에서 받는 무게는 점점 더 늘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은 흙 알갱이 사이에는 공극이라는 미세공간이 있어 공기와 물을 저장하고 작물이 뿌리를 뻗을 수 있게 해주는데, 농업용 중장비의 무게로 토양이 다져지면서 이런 공극이 사라지면 토양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토양 밑에서 딱딱해진 층을 '경반층'이라고 하는데, 50㎝ 이내에서 형성되면 농기계를 동원해 깰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깊어지면 달리 방도가 없어진다.

지렁이를 비롯한 토양 생물이 경반층을 깨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농업용 중장비의 무게가 늘어나면서 경반층이 더 깊어지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세계 경작지의 20%가량이 경반층으로 인해 수확량 감소의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반층이 생기면 수확량은 10~2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미국 농무부의 농업 엔지니어 토머스 웨이는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와의 회견에서 토양이 젖었을 때 중장비를 운행하지 않고, 늘 다니던 경로만 다녀 중장비의 압력을 받는 총량을 최소화하는 것 등을 경반층 형성을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약 50t에 달하는 브라키오사우루스와 같은 용각류 공룡은 대형 농사용 중장비보다 훨씬 더 무거운데 이들이 돌아다녔을 고대 토양에서는 어떻게 경반층 문제가 해결됐는지 수수께끼라면서 농업 중장비의 무게 중가는 농업 생산성을 서서히 잠식하는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용 중장비의 역설…토양 딱딱하게 만들어 생산성 위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