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 "고 정우형씨, 복직투쟁하다 숨져"
삼성 서초사옥 앞에 해고 노동자 분향소 설치…"사과·배상해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해고당한 뒤 복직 투쟁을 하다 숨진 고(故) 정우형(54)씨의 분향소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설치됐다.

전국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17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정씨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 원직 복직을 요구했다.

이들은 "삼성의 노조 파괴 공작으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죽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노사 상생을 하겠다고 했지만 정우형씨에게는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삼성일반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협력업체에서 근무해온 정씨는 노조원으로 활동하며 해고를 쉽게 하는 취업규칙 개정에 저항하다가 지난 2015년 해고됐다.

이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1인 시위와 도보 행진 등을 하며 삼성의 사과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경기도에 있는 가족을 떠나 홀로 전북 장수로 내려와 생활하던 중 이달 12일 장수군 번암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정씨는 투쟁 당시 입었던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조끼 왼쪽에는 '원직 복직'이 적혀있었다고 복직투쟁위원회는 전했다.

안양근 위원장은 "정우형 열사는 지난 2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등기로 보냈으나 이 부회장은 서신을 수취 거부했다"며 "고인은 서신을 돌려받은 후 죽음으로 이 부회장에게 항거하고자 자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이 부회장은 정 열사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규탄했다.

앞서 2020년 5월 이 부회장은 "노조 문제로 상처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씨의 배우자 이인숙씨는 "남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이렇게 유족으로 서게 될 거란 걸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다"며 "끝까지 삼성과 싸워 남편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외쳤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유족과 함께 '정우형 열사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사과와 배상을 받을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삼성 서초사옥 앞에 해고 노동자 분향소 설치…"사과·배상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