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北 의료체계 부조리 수면 위로…약 부족에 사재기까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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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공급망 이미 무너진 상황…갑작스런 대량유통에 우왕좌왕한듯
김정은, 손전등 비추자 간신히 약국 방문…주변 가로등도 없어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열악한 의료인프라 실태가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의약품 부족으로 사재기와 사적 불법유통 현상 등이 급증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중앙검찰소장을 질타하고 특별명령으로 인민군 군의부문(의무부대)을 투입해 수습에 나섰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수십 년간 지속되는 전반적인 경제난 속에서 누적돼 왔다.
의약품 수입이 여의치 않은데다 '자력갱생'으로 인해 자체 의약 산업이라고 해봐야 한약류에만 의존할 뿐 외국에서 개발된 신약의 생산 등의 체계는 전무한 상황이다.
북한이 코로나19 발열자 급증에도 북한 한약인 패독산을 권장하고 "기침이 나면 꿀을 먹어라"라거나 금은화나 버드나무 잎을 달여 먹으라는 등의 민간요법 소개에 집중하는 것도 열악한 의약품 실태를 잘 보여준다.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무상치료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주민들은 병원에 가도 의약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했다.
각 지역에 약국이 증가했지만, 약이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의약품 부족은 심지어 진통제의 대용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마약 유통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정치국 협의회를 마친 뒤 평양 대동강 구역의 약국을 직접 방문해 24시간 판매 여부 등을 직접 살폈는데, 판매 현황은 신통치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수행하는 군인이 김 위원장 앞을 손전등으로 비춰야 할 정도였고, 주변에는 가로등도 보이지 않았다.
약국 내부도 어두컴컴해 24시간 판매 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중앙통신이 코로나19 사망 원인 관련,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한 데로부터 약물 사용 부주의로 인한 사망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한 데서도 확증되지 않은 약물 치료에 의존하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책으로 중앙으로부터 의약품이 대거 긴급 공급됐지만, 유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오히려 사재기만 부추기는 통제 불능의 상황이 초래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전날 열린 당 정치국 협의회에서 긴급하게 해제토록 한 '국가 예비 의약품들'이 아래까지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가 조달하는 의약품들이 약국을 통해 제때, 정확히 가닿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지만, 이미 오래전 국가 차원의 의약품 공급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대량 공급 상황이 우왕좌왕 혼돈을 가져온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법·검찰 부문에서 의약품 보장과 관련한 행정명령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법적 감시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의약품 취급 및 판매에서 나타난 여러 부정적 현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취급 및 판매' 부정적 현상이란 갑작스레 증가한 의약품을 두고 사재기 현상이 생기거나 추후 돈벌이를 위해 빼돌리는 등 여러 비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인민군 군의부문을 동원해 민간 의약품 공급과 유통질서를 잡으려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특별명령까지 하달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이미 엉망진창이 돼버린 의약품 공급과 유통망을 단번에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자기 살길은 자기가 찾는다'는데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이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생존이 달린 의약품 구하기에 매달릴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의약품 공급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김 위원장이 표현하듯 6·25전쟁에 비견되는 '대동란'을 수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급선무인 의약품 공급을 위해 국제기구 등 외부의 의료지원을 수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북중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물자 지원을 요청했고 현재 양측간에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요청한 품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감염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검사 장비와 치료제를 포함한 의약품 등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의약품의 유통문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외부에서 의약품이 들어오더라도 이 부조리를 해결하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손전등 비추자 간신히 약국 방문…주변 가로등도 없어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열악한 의료인프라 실태가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의약품 부족으로 사재기와 사적 불법유통 현상 등이 급증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중앙검찰소장을 질타하고 특별명령으로 인민군 군의부문(의무부대)을 투입해 수습에 나섰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수십 년간 지속되는 전반적인 경제난 속에서 누적돼 왔다.
의약품 수입이 여의치 않은데다 '자력갱생'으로 인해 자체 의약 산업이라고 해봐야 한약류에만 의존할 뿐 외국에서 개발된 신약의 생산 등의 체계는 전무한 상황이다.
북한이 코로나19 발열자 급증에도 북한 한약인 패독산을 권장하고 "기침이 나면 꿀을 먹어라"라거나 금은화나 버드나무 잎을 달여 먹으라는 등의 민간요법 소개에 집중하는 것도 열악한 의약품 실태를 잘 보여준다.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무상치료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주민들은 병원에 가도 의약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했다.
각 지역에 약국이 증가했지만, 약이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의약품 부족은 심지어 진통제의 대용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마약 유통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정치국 협의회를 마친 뒤 평양 대동강 구역의 약국을 직접 방문해 24시간 판매 여부 등을 직접 살폈는데, 판매 현황은 신통치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수행하는 군인이 김 위원장 앞을 손전등으로 비춰야 할 정도였고, 주변에는 가로등도 보이지 않았다.
약국 내부도 어두컴컴해 24시간 판매 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중앙통신이 코로나19 사망 원인 관련,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한 데로부터 약물 사용 부주의로 인한 사망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한 데서도 확증되지 않은 약물 치료에 의존하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책으로 중앙으로부터 의약품이 대거 긴급 공급됐지만, 유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오히려 사재기만 부추기는 통제 불능의 상황이 초래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전날 열린 당 정치국 협의회에서 긴급하게 해제토록 한 '국가 예비 의약품들'이 아래까지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가 조달하는 의약품들이 약국을 통해 제때, 정확히 가닿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지만, 이미 오래전 국가 차원의 의약품 공급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대량 공급 상황이 우왕좌왕 혼돈을 가져온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법·검찰 부문에서 의약품 보장과 관련한 행정명령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법적 감시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의약품 취급 및 판매에서 나타난 여러 부정적 현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취급 및 판매' 부정적 현상이란 갑작스레 증가한 의약품을 두고 사재기 현상이 생기거나 추후 돈벌이를 위해 빼돌리는 등 여러 비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김 위원장은 인민군 군의부문을 동원해 민간 의약품 공급과 유통질서를 잡으려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특별명령까지 하달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이미 엉망진창이 돼버린 의약품 공급과 유통망을 단번에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자기 살길은 자기가 찾는다'는데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이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생존이 달린 의약품 구하기에 매달릴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의약품 공급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김 위원장이 표현하듯 6·25전쟁에 비견되는 '대동란'을 수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급선무인 의약품 공급을 위해 국제기구 등 외부의 의료지원을 수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북중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물자 지원을 요청했고 현재 양측간에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요청한 품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감염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검사 장비와 치료제를 포함한 의약품 등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의약품의 유통문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외부에서 의약품이 들어오더라도 이 부조리를 해결하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