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센터 보고서…대북특사 파견·방위조약에 '확장억제' 명문화 제안
"한미, 쌍방향 파트너십 발전 필요…쿼드 등 특설협의체에서 협력해야"
"한미동맹 더욱 일치될 기회…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제시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및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동맹 현안 전반에 대한 제언을 담은 보고서가 발간됐다.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두 대통령, 하나의 길' 보고서에는 북한의 증대하는 핵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포함해 한미간 외교·안보·경제 현안에 대한 정책 조언을 담았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이 전체적인 편집을 맡은 보고서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부학장,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국 담당 선임 연구원,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한미 양국의 대표적 전문가들의 입장이 망라됐다.

해당 보고서는 백악관에도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은 서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진보이며, 윤석열 대통령이 중도 보수"라고 평가한 뒤 "과거 한국의 진보 성향 대통령과 미국의 보수 성향 대통령들은 북한, 중국, 그리고 일본과 3각 공조 등에 가끔씩 이견을 보였으나 드디어 양국은 더욱 일치된 의견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추천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 및 경제에 있어 상호 이익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양국 대통령은 일본을 포함한 한미일 3자 관계 개선, 사이버 보안 강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 문제에 대한 대응 등 우선순위들에 대해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소장은 "한국은 중국의 고조되는 공세적 태도가 한국의 국익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외교 안보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미사일 방어, 장거리 타격, 해군 활동, 군사 훈련 등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더라도 중국과 지나친 논쟁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군사적 옵션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국 정부에 대해 "한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도 태평양 이니셔티브 및 쿼드, 오커스 등과 같은 소다자 협력체에 한국을 어떻게 포함해 나가는 것이 좋을지 탐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우선적 과제는 '간극 줄이기'가 돼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여론과 외교 정책 사이의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부학장은 "양측은 한반도의 목표가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임을 북한과 중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측에 영변 및 인근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핵활동 우선 동결, 핵실험 모라토리엄, 핵분열 물질 생산 중단 등을 출발점으로 삼는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단계가 완료되면 정치적 관계 변화에 집중하는 두 번째 대화 트랙을 시작해야 한다"며 "북한의 가역적 조치에 대해서는 대북 압박 완화를 위한 레버리지를 최대한 인색하게 행사하되,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주요 제재를 관대하게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면서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한미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여 확장억제를 명문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면서 "한미 양국 입법부에서 비준받는 조약이라면 가장 높은 수준의 제도화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한미의 대북정책 최우선 순위는 북한 핵 능력 억제를 강화하는데 맞춰져야 한다"면서 "북한 비핵화는 단기간에 성취가 매우 어려우므로 한미는 '핵을 가진 북한'에 대응하는 능력을 우선 확장해야 한다"며 한미일 삼국이 참여하는 통합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제시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국 담당 선임 연구원은 "한미 동맹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를 한국이 소비하는 위계적인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의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한국은 유럽과 아시아 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한국의 방위 및 억지 역량 증진을 위한 일부 조치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키고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모든 옵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지만, 선제적 목표 타격이나 한국의 독립적 핵무기 개발에 대한 요구는 이러한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와 북한발 핵 및 재래식 무기 위협이 증가한 지금과 같은 시대에 한미 모두 북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과 로드맵 수립을 위한 논의를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비핵화 등의 사안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이러한 행보는 북한 측에 긍정적 신호를 전달할 것이며 다른 위기를 피할 예방적 외교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양국 정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블루리본 위원회를 결성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 미국 측 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한미 무역과 관련,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출범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그 내용, 멤버십, 인센티브에 관해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한미 양국은 쿼드, 주요 20개국 등 특설협의체에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