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업비트 투자자 자금 대출로 썼다…자금유출 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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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투자자들이 맡겨놓은 투자금을 영업 재원으로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업비트에 맡긴 투자자들의 현금 5조5000억원 중 예금자보호가 이뤄지는 건 고작 5000만원에 불과한 상태다. 최근 국산 암호화폐 ‘루나’ 사태로 시장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자금 인출 수요가 몰릴 경우에 대비해 투자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작년 말 기준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업비트 투자자들의 현금을 별도 보관하지 않고 대출 등 영업재원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케이뱅크 개인 계좌에 돈을 맡겼다가 본인 인증을 거쳐 업비트에 입금하면 투자금은 법인 계좌로 이체된다. 업비트 이용자가 업비트에 맡겨뒀던 현금을 인출하려고 하면 케이뱅크는 즉각 자금을 뺄 수 있도록 법인 계좌에 현금으로 쌓아둬야 한다. 그런데 투자금을 대출 자금으로 활용하면 뱅크런이 발생했을 때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케이뱅크 측은 “업비트 예치금은 국공채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고유동성 자산 위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자금이 대출로 나가 있는 건 맞다”고 했다.
작년말 기준 케이뱅크의 예금 잔액은 11조3175억원 수준으로 업비트 예치금이 전체 자금의 절반에 가깝다. 케이뱅크의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 잔액의 비율)이 62% 수준인데, 업비트 예치금을 제외한 자금을 모두 대출에 써도 12%포인트 가량의 대출금이 남는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봐도 최소 10% 가량의 업비트 투자자 현금이 대출로 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빗썸과 코인원의 법인계좌를 관리하는 농협은행과, 코빗의 계좌를 관리하는 신한은행은 별도 계정을 만들어 투자금을 보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업비트 뿐 아니라 빗썸과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 맡긴 자금 모두 투자자 예치금을 모두 합해 거래소별로 5000만원만 예금자보호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법인계좌도 개인계좌처럼 5000만원까지만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보호된다. 가령 업비트 법인계좌에 맡겨진 투자자 예치금 5조5000억원 중 케이뱅크를 통해 예금자보호장치가 마련된 금액은 5000만원이다. 전체 예치금의 0.001%만 보호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윤창현 의원은 “입법 미비를 이용해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대책도 수립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해당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은 고객 예치금의 별도보관을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 계좌 발급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은행들이 투자자 자금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행들은 거래소로부터 법인 계좌 발급에 따른 수수료로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보고 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로부터 계좌 이용 수수료로 작년에만 292억4500만원을 챙겼다. 케이뱅크 이자이익(1980억원)의 14%로 당기순이익(225억원)보다도 많다. 농협은행(102억4800만원), 신한은행(8억4700만원)도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았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소비자들의 선불충전금을 별도 예치하는 핀테크 업계와도 대조된다. 핀테크사들은 금융감독원이 2020년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선불 충전금을 업체 자산과 분리해 은행 등 외부기관에 신탁에 맡긴 상태다.
금융당국은 루나 사태를 계기로 암호화폐 투자자 손실과 자금 유출입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2일 암호화폐거래소로부터 루나 보유자와 루나 거래 규모 등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루나 사태를 유발한 테라재단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감독할 권한은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당국 관계자는 “거래소에 대해서도 코인 상장이나 거래 정책에 대해 직접 관리감독할 권한은 없다”면서 “감독 및 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커져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루나 사태에 대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라 사건으로 모두에게 고통을 주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 동안 루나나 테라를 매도하지 않았다. 커뮤니티에서 합의를 도출해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투자자 현금으로 대출...예금자보호는 0.001%만
1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작년 말 기준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업비트 투자자들의 현금을 별도 보관하지 않고 대출 등 영업재원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케이뱅크 개인 계좌에 돈을 맡겼다가 본인 인증을 거쳐 업비트에 입금하면 투자금은 법인 계좌로 이체된다. 업비트 이용자가 업비트에 맡겨뒀던 현금을 인출하려고 하면 케이뱅크는 즉각 자금을 뺄 수 있도록 법인 계좌에 현금으로 쌓아둬야 한다. 그런데 투자금을 대출 자금으로 활용하면 뱅크런이 발생했을 때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케이뱅크 측은 “업비트 예치금은 국공채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고유동성 자산 위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자금이 대출로 나가 있는 건 맞다”고 했다.
작년말 기준 케이뱅크의 예금 잔액은 11조3175억원 수준으로 업비트 예치금이 전체 자금의 절반에 가깝다. 케이뱅크의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 잔액의 비율)이 62% 수준인데, 업비트 예치금을 제외한 자금을 모두 대출에 써도 12%포인트 가량의 대출금이 남는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봐도 최소 10% 가량의 업비트 투자자 현금이 대출로 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빗썸과 코인원의 법인계좌를 관리하는 농협은행과, 코빗의 계좌를 관리하는 신한은행은 별도 계정을 만들어 투자금을 보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업비트 뿐 아니라 빗썸과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 맡긴 자금 모두 투자자 예치금을 모두 합해 거래소별로 5000만원만 예금자보호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법인계좌도 개인계좌처럼 5000만원까지만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보호된다. 가령 업비트 법인계좌에 맡겨진 투자자 예치금 5조5000억원 중 케이뱅크를 통해 예금자보호장치가 마련된 금액은 5000만원이다. 전체 예치금의 0.001%만 보호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윤창현 의원은 “입법 미비를 이용해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대책도 수립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해당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은 고객 예치금의 별도보관을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 계좌 발급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은행들이 투자자 자금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행들은 거래소로부터 법인 계좌 발급에 따른 수수료로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보고 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로부터 계좌 이용 수수료로 작년에만 292억4500만원을 챙겼다. 케이뱅크 이자이익(1980억원)의 14%로 당기순이익(225억원)보다도 많다. 농협은행(102억4800만원), 신한은행(8억4700만원)도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았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소비자들의 선불충전금을 별도 예치하는 핀테크 업계와도 대조된다. 핀테크사들은 금융감독원이 2020년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선불 충전금을 업체 자산과 분리해 은행 등 외부기관에 신탁에 맡긴 상태다.
◆금융당국, 루나 사태 긴급 점검
금융당국은 루나 사태를 계기로 암호화폐 투자자 손실과 자금 유출입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2일 암호화폐거래소로부터 루나 보유자와 루나 거래 규모 등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루나 사태를 유발한 테라재단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감독할 권한은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당국 관계자는 “거래소에 대해서도 코인 상장이나 거래 정책에 대해 직접 관리감독할 권한은 없다”면서 “감독 및 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커져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루나 사태에 대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라 사건으로 모두에게 고통을 주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 동안 루나나 테라를 매도하지 않았다. 커뮤니티에서 합의를 도출해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