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 앞두고 마지막 인터뷰서 "kt, 흔들리지 않을 것"
'은퇴식' 유한준의 끝없는 후배 생각…"특별 엔트리 사양"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한 프로야구 kt wiz의 정신적 지주 유한준(41)은 이타적인 선수였다.

조용한 성격의 유한준은 자신이 조명받는 것을 꺼렸고, 묵묵히 뒤에서 다른 선수들을 뒷받침했다.

유한준은 일찌감치 지난해에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굳혔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은퇴 발표가 후배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수 생활 마지막 경기였던 한국시리즈 4차전을 마친 뒤에도 유한준은 은퇴 선언을 참았다.

유한준은 후배들이 통합 우승의 기쁨만을 오롯이 느끼길 바랐다.

그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우승의 여운이 흐릿해진 뒤에야 조용하게 은퇴를 발표했다.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한 유한준은 은퇴 발표 후 반년이 지나서야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은퇴식' 유한준의 끝없는 후배 생각…"특별 엔트리 사양"
그는 1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이날만큼은 본인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지만, 유한준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그는 은퇴 특별 엔트리로 설 수 있는 마지막 타석 기회를 정중하게 사양했다.

경기 전 마지막 기자회견에 나선 유한준은 "현재 팀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며 "후배들이 경기에만 집중해서 이기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기대한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kt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곧 제 페이스를 찾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응원했다.

'은퇴식' 유한준의 끝없는 후배 생각…"특별 엔트리 사양"
끝까지 주인공이길 거부했던 유한준은 북받치는 감정까지 속이진 않았다.

그는 "은퇴식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고참으로서 전적으로 믿어주신 이강철 kt 감독님과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시절 루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신 염경엽 전 감독님, 타격에서 영감을 주신 허문회 전 감독님, 고교 시절 성장에 도움을 주신 이성열 유신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이것만큼은 잘했다고 느끼는 것이 있나'라는 질문엔 "체격을 키워 타구 스피드를 끌어올린 게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 됐다"고 답했다.

'가장 힘들었을 때'를 묻는 말엔 "2011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하고 흔들렸는데, 그때를 잘 이겨냈던 게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떠올렸다.

유한준은 끝까지 겸손했다.

그는 "사실 난 내세울 만한 기록이 없는 선수"라며 "그래도 마지막 은퇴 경기가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였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내겐 훈장과 같다"고 표현했다.

가족 질문에선 눈물을 참았다.

그는 "부모님은 모든 것을 헌신해 주셨다"며 "부모님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살아왔더니 이 자리에 있다.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깊은 곳에서 우러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