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재미 느껴…20년 뒤 김영철 선배처럼 'KBS 자산' 되고파"
"32부작 너무 짧아 아쉬워"…동물 학대 논란엔 "마음 타들어갔다"
'태종 이방원' 주상욱 "드라마史 한 페이지 장식해 영광"
"언젠가는 또 다른 이방원이 나올 테지만, 드라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제가 장식한 게 아닐까 싶어 굉장히 영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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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KBS 1TV 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주인공 이방원을 연기한 배우 주상욱(44)을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났다.

그는 KBS에서 5년 만에 선보인 대하사극의 타이틀롤이란 자리가 부담이 컸지만, 그보다는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려운 건 사실이죠. 그런데 저는 그런 고민 없이 그냥 무조건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

해보고 싶었거든요.

(웃음) 제가 김영철·유동근 선배님을 이겨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우리 드라마만의 색깔을 가진 이방원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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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주상욱 "드라마史 한 페이지 장식해 영광"
이번 작품에서 주상욱은 고려의 관료에서 조선의 왕자로, 또 왕세자를 거쳐 국왕, 그리고 선왕이 되기까지 이방원의 다사다난한 인생을 연기해냈다.

그는 젊은 이방원은 철없고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그 이후엔 위치에 따라 무게감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이방원의 생애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인간 이방원에 대한 생각도 변화했다고 고백했다.

"제가 아는 이방원은 소위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킬방원' 정도였고, 정확하고 세세하게는 잘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드라마에서 사람 이방원, 가장으로서의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알고 보면 이 인생도 참 고단하고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라면 그렇게 힘들게 살기보다는 효령대군 같은 삶을 추구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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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주상욱 "드라마史 한 페이지 장식해 영광"
'태종 이방원'은 왕좌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방원이나 한 나라 군주로서의 태종 모습보다는 '인간 이방원'에 보다 집중해 호평받았다.

극 초반 고려의 관료로 일하던 이방원이 아버지 이성계의 반란 이후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K-직장인 이방원'이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상욱은 "조선시대여도 다 사람 사는 얘기 아니겠나"라며 "가족 이야기로 시작해서 또 다른 가족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 속 이방원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 연기를 하면서 김영철 배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영철 선생님은 사극에 있어서는 거의 신의 경지에 오르신 분이잖아요.

초반에 대단히 많은 가르침을 받았죠. 그냥 말 한마디만 듣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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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주상욱 "드라마史 한 페이지 장식해 영광"
다만 '태종 이방원'이 기존 대하사극과 달리 32부작의 짧은 분량으로 방영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할 이야기는 이만큼(많이) 있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자고 일어나면 3년, 5년이 지나있게 된 거죠. 어떨 때는 한 회에 두 명도 죽었는데요.

(웃음) 최소한 50회 정도는 해야 주변 인물들의 서사나 인물 간 관계, 이런 걸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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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 장면에 동원된 말이 죽어 동물 학대 논란이 일면서 한 달간 방영이 중단됐던 것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래서 마음이 타들어 갔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사극의 재미를 느꼈다는 그는 "꼭 왕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인 인물들을 또 연기해보고 싶다"며 20년 뒤에는 김영철과 같은 'KBS의 자산'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만약 그런 얘기를 듣는다면 제가 20년 동안 굉장히 열심히, 잘 연기해왔다는 거니까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김영철 선생님처럼 동네도 한 바퀴씩 돌고 싶고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