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의 경고 "환율급등·자본유출 막으려면 인플레이션 관리해야" [정의진의 경제현미경]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환율 상승과 자본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제기됐다. 물가가 치솟으면 원화자산의 가치가 훼손돼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KDI는 대외적 신뢰도 제고 및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KDI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외 불확실성이 환율 및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기별로 대외 불확실성이 환율과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정도는 다르지만,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물가 안정과 국가채무의 안정적 관리 등이 중요하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KDI는 대외 불확실성을 대리하는 지표로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를 이용했다. VIX지수는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 정치적·지정학적 위험,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오르고 경제가 안정되면 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분석 결과 대외 불확실성이 원·달러 환율과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 VIX지수가 80.1로 정점을 찍은 2008년 10월 27일엔 원·달러 환율이 직전 30일 대비 25.4% 상승했는데,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VIX지수 정점기인 2020년 3월 20일엔 직전 30일 대비 원·달러 환율이 7.5%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 상승이 환율과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2014년을 전후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까지는 VIX지수가 100%포인트 상승할 때 원·달러 환율은 7.9%포인트 상승했는데, 2014년 이후로는 VIX지수가 100%포인트 오를 때 환율은 평균적으로 2.6%포인트 올랐다. 자본유출 역시 2013년까지는 VIX지수가 100%포인트 오를 때 3.0%포인트 증가했으나, 2014년 이후로는 VIX지수 상승과 자본유출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KDI는 분석했다.
2014년은 한국이 대외부채보다 대외자산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순자산국'으로 전환된 해다. 최우진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한국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2014년 대외 순자산국으로 전환된 이후 채무 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급격한 자본유출을 겪은 다수의 신흥국이 위기 직전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2014년 이후로도 대외 불확실성 충격에 의한 환율 상승폭과 자본유출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KDI는 설명했다. 그 이유로 KDI는 비교적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 점을 꼽았다. 낮게 유지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자산가치 보존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작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KDI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추가적인 물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경기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KDI는 환율 안정과 자본유출 방지를 위해 정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정책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동안 대외 불확실성 증대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한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꾸준이 이뤄진 데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란 게 KDI의 설명이다.
최우진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및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및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KDI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외 불확실성이 환율 및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기별로 대외 불확실성이 환율과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정도는 다르지만,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물가 안정과 국가채무의 안정적 관리 등이 중요하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KDI는 대외 불확실성을 대리하는 지표로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를 이용했다. VIX지수는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 정치적·지정학적 위험,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오르고 경제가 안정되면 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분석 결과 대외 불확실성이 원·달러 환율과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 VIX지수가 80.1로 정점을 찍은 2008년 10월 27일엔 원·달러 환율이 직전 30일 대비 25.4% 상승했는데,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VIX지수 정점기인 2020년 3월 20일엔 직전 30일 대비 원·달러 환율이 7.5%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 상승이 환율과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2014년을 전후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까지는 VIX지수가 100%포인트 상승할 때 원·달러 환율은 7.9%포인트 상승했는데, 2014년 이후로는 VIX지수가 100%포인트 오를 때 환율은 평균적으로 2.6%포인트 올랐다. 자본유출 역시 2013년까지는 VIX지수가 100%포인트 오를 때 3.0%포인트 증가했으나, 2014년 이후로는 VIX지수 상승과 자본유출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KDI는 분석했다.
2014년은 한국이 대외부채보다 대외자산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순자산국'으로 전환된 해다. 최우진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한국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2014년 대외 순자산국으로 전환된 이후 채무 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급격한 자본유출을 겪은 다수의 신흥국이 위기 직전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2014년 이후로도 대외 불확실성 충격에 의한 환율 상승폭과 자본유출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KDI는 설명했다. 그 이유로 KDI는 비교적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 점을 꼽았다. 낮게 유지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자산가치 보존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작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KDI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추가적인 물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경기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KDI는 환율 안정과 자본유출 방지를 위해 정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가채무를 관리하는 정책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동안 대외 불확실성 증대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한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꾸준이 이뤄진 데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란 게 KDI의 설명이다.
최우진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및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및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