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부동산 가격 비교할 숫자
보고했다면 의사결정 적기에 했을 것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경제성장의 대표적 지표는 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인데, 문재인 정부 동안 GDP는 출범 직전 2016년의 1740조원에서 작년 2057조원으로 약 18% 증가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지만, 참고로 이명박 정부의 경우 약 32% 증가했다. 실질성장률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2%,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 -0.9%, 그리고 작년에 최대인 4.0%로 평균 2.28%며, 이명박 정부가 3.34%였다.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과 수준은 아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를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다. 더욱이 소비자물가와 비교하면 이명박 정부 당시 17.6% 올라 GDP 증가율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우 약 7% 상승해 GDP 증가율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성장을 주창했던 문재인 정부가 이와 같은 경제성장을 이뤄냈음에도, 최장수 경제사령탑이던 홍남기 부총리가 이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운영 공과에 대한 평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아쉬움을 토로할 만큼 적지 않은 국민이 이에 동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일 것이다.
서울을 예로 들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문재인 정부 동안 약 37% 올라 이명박 정부의 16.5%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16.5% 상승하더라도 평균적으로 본다면 국민소득은 이보다 훨씬 높은 32% 증가했기 때문에, 돈 벌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팬데믹 상황에서 18%라는 국민소득 증가를 이뤄냈음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무려 37%나 올라 아무리 돈을 벌어도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홍 부총리가 “임기 중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역시 부동산시장 대책”이라고 말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자신도 수차례 사과한 부동산 정책 실패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를 모두 갉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한 재벌기업의 총수가 마지막으로 회고한 말이 떠오른다. “내가 사업에 실패한 원인은 첫째는 모르는 사업에 준비 없이 뛰어든 것이고, 둘째는 모르는 사업을 시작했으면 그 사업을 아는 사람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해야 했는데 내가 아는 사람을 CEO로 임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것은 사람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왜 아는 사람에게만 집착했을까? 기업의 경우 사장은 숫자로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를 설명할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 숫자로 설명한다는 것은 숫자로 사고방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수치와 부동산매매가격을 비교할 정도의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었다면, 아니 그런 숫자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보좌진이 있었다면 적기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 남겨 놓은 숙제 중 하나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국가채무도 있다. 대선 이후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은 이제 온전히 우리 국민과 기업이 감당할 몫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연도 약 627조원의 국가채무는 무려 59% 늘어 2021년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국민소득은 18% 증가했지만, 국민이 감내해야 할 빚은 59%나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성장이 아이러니하게 세대 간 공정경제를 훼손한 것이다. 이처럼 가파른 국가채무 증가에 대해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을 도입하라는 고언을 남겼다. 재정준칙은 재정확대를 제어할 브레이크와 같은데 국민으로부터 호감을 얻어야 할 정부 초기에 재정준칙의 도입을 윤 대통령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통령을 공격하는 사람을 물겠다는 보좌진보다 숫자로 설명할 보좌진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