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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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은 ‘가업승계’라는 용어는 ‘기업승계’로 바꿔야 합니다."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업승계 활성화위원회'에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송 대표는 "법과 제도에 녹아있는 '가업승계'라는 용어는 특정 집안을 위한 것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장수기업을 육성하자는 의미에서 '기업승계'로 개념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위원회에선 정재연 강원대 교수가 ‘기업승계 지원제도 합리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가업승계 지원제도에서 요구하고 있는 업종, 자산처분 등 기준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며 '업종변경 제한'부터 조속히 폐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사업자가 기업을 물려줄 때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해주는 상속 및 증여세법상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상속공제를 받은 후 7년 이내 업종을 바꾸거나 고용유지 요건을 어긴 경우, 자산을 일정 비율 이상 처분하거나 상속인의 주식 지분율이 기준 이상으로 감소한 경우 각각 세금을 추징당한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2세가 기업 지분을 상속받은 뒤 중분류를 벗어난 업종 변경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신사업이 성공해 기존 제품보다 매출 비중이 커지면 회사의 ‘주 업종’이 바뀌어 공제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령 개정으로 상속 전에는 제조업, 건설업, 도매 및 소매업, 농업 및 어업 등 대분류내에서 업종 변경이 가능하지만 상속 한 뒤에는 7년간 제한을 받는다. 이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과한 수준이라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선진국은 별도의 업종 제한이 없어 기업이 디지털 전환이나 혁신 수요에 따라 사업의 확장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세무당국의 경우 업종제한 규제가 없을 경우 세제혜택을 노리고 기업이 가업을 이어가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 선진국에선 기업의 영속성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정규직 근로자 수(혹은 임금총액) 역시 상속 후 100%를 7년간 유지해야 한다. 7년간 자산의 20% 이상 처분을 금지하는 요건(80% 유지)도 있고, 10년간 30% 이상(비상장사 50%) 지분을 유지해야하는 요건도 지켜야한다.

정 교수는 가업의 계속영위기간 요건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동일성 유지기간과 지분율 요건을 5년 이내, 50%로 동시에 완화하며 고용요건을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측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70세 이상 노인 경영자가 1만 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승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 “일본의 경우 폐업을 방지하고 승계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상속·증여세를 유예하고 사업전환 보조금을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기업승계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문제가 된 만큼 이번 정부에서 기업승계 지원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