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입단해 현역으로 군 복무…2022년 1군 데뷔
'포병 출신 파이어볼러' 정철원 "시속 152㎞, 힘 아낀 겁니다"
정철원(23·두산 베어스)이 단 두 경기 만에 '승리조'로 승격했다.

10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프로야구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정철원은 중요할 때 등판할 승리조"라고 공언하며 "일단 공이 빠르고, 마운드 위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공을 던진다"고 승격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정철원은 "믿고 기용해주시는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외친 뒤 "현재 최고 구속은 시속 152㎞다.

더 힘줘서 던지면 구속이 더 나올 것 같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어서 힘을 아끼고 있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미완의 대기' 정철원은 매력이 넘치는 선수다.

입단 5년 차에 1군 무대 데뷔에 성공한 그는 자신의 매력을 맘껏 발산할 생각이다.

신인이던 2018년 4월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간 정철원은 올해 5월 6일 잠실 kt wiz전에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1실점 2탈삼진으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7일 다시 kt전에 등판한 정철원은 1-3으로 뒤진 7회초 2사 후에 등판해 오윤석을 유격수 뜬공 처리해 이닝을 끝냈다.

7회말 두산이 5점을 뽑으며 역전해 ⅓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을 올린 정철원이 구원승을 따냈다.

1군 무대 개인 첫 승이었다.

정철원은 "운 좋게 1군 첫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승리를 거둔 것보다 내가 1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는 게 기쁘다"며 "매일 매일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병 출신 파이어볼러' 정철원 "시속 152㎞, 힘 아낀 겁니다"
정철원은 안산공고를 졸업한 2018년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고교 3학년 성적(9승 평균자책점 1.06)을 고려하면 높지 않은 순위였다.

두산에서도 1차 곽빈, 2차 1라운드 박신지 등 동갑내기 친구 2명이 정철원보다 먼저 뽑혔다.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정철원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3㎞였고, 변화구 완성도도 떨어졌다.

정철원은 "고교 성적이 지명 순위로 이어지지 않는다.

곽빈, 박신지의 공이 나보다 좋았다"며 "나는 지명 순위에 실망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입단 동기들이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동안 정철원은 '현역 입대'를 택했다.

그는 2019시즌이 끝난 뒤 입대했다.

"조금 더 경쟁력을 갖춰 군 생활을 하면서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국군체육부대에 도전하는 게 어떤가"라는 조언도 받았지만, 정철원은 현역 입대를 택했다.

정철원은 "당시에는 배영수 코치님, 권혁 해설위원님이 두산 선수로 뛰셨다.

내가 1군에 뛸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빨리 군 복무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국군체육부대 도전 등도 고민했지만, '한 번 가는 군대, 현역도 좋다'라는 생각에 그냥 입대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군 생활을 즐겁게 잘했다.

속초에서 포병으로 근무했는데 다행히 간부와 선임들이 배려해주셔서 개인 시간에 훈련할 수 있었다"며 "최우혁(전 LG 트윈스)이 선임이었고, 대학교 야구부 출신의 후임도 있어서 캐치볼 등 함께 훈련할 동료가 같은 부대에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포병 출신 파이어볼러' 정철원 "시속 152㎞, 힘 아낀 겁니다"
2021시즌 중에 전역한 정철원은 "이제 1군에서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훈련했다.

그는 "내 공을 믿었다.

입대 전에도 시속 140㎞대 후반의 공을 던졌고, 전역 후에는 팔이 더 싱싱해졌다.

아픈 곳도, 수술 이력도 없어서 2022시즌에는 1군에서 던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회상했다.

계획대로 됐다.

정철원은 퓨처스(2군)리그에서 4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2.38로 활약했다.

정철원을 육성 선수로 묶었던 두산은 정식 선수 등록이 가능한 5월 1일에 정철원을 1군 엔트리에도 포함했다.

그는 단 2경기 만에 자신이 1군용 투수라는 걸 증명했다.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김태형 감독의 마음도 빼앗았다.

정철원은 "2경기에서는 직구 위주로 던졌다.

직구가 통하지 않으면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를 던지면 된다"며 "야구가 정말 재밌다.

기회 주실 때마다 나가서 던지겠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밝은 성격의 정철원은 1차 목표였던 1군 진입에 성공한 뒤, 더 많은 상상을 한다.

그는 "kt전에 등판했는데 동갑내기 친구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여서 아쉬웠다"며 "(강)백호가 잘 회복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나도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좋은 공으로 (강)백호와 상대하겠다"고 이미 국가대표 중심 타자로 성장한 친구와의 대결을 기대했다.

고교 성적이 프로 지명 순서와 직결되지 않듯이, 프로 데뷔 순서도 성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조금 늦게 1군 마운드에 선 '포병 출신 파이어볼러' 정철원은 단 두 경기 만에 사령탑과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힘겨운 시간을 웃으며 넘긴 정철원의 표정은 더 밝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