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껏 드시고 가세요"…거리두기 지침 해제로 도시락 아닌 현장 배식
"얼마만에 받는 카네이션인지"…어버이날 급식소 어르신들 감격
"오랜만에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보네요.

"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10시께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에서 만난 홍모(79) 씨는 가슴팍에 붙은 카네이션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자리에 앉으려 3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는 홍씨는 "가정의 달이라서 가족 생각이 더 많이 난다"며 "이곳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어버이날 행사가 열린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노숙인·노인들이 몰려들면서 밥퍼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근 굴다리를 지나 약 400m가량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밥퍼 측은 이날 '어버이날 어르신 효도잔치'에 약 1천 명분 식사를 준비했는데, 오후 1시께까지 약 800인분 배식이 이뤄졌다.

소고기미역국과 제육볶음, 오이부추무침 등으로 차려진 식사였다.

얼굴이 거뭇한 노숙인부터 몸이 성치 않은 장애인들까지 식사 전에 자원봉사자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흥겨운 노래와 악기 연주가 이어지자 어르신들은 흥에 겨워 일어나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불렀다.

모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잔치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앵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입구 쪽에 홀로 앉아 있던 이훈복(71) 씨는 "일주일에 다섯 번은 와서 밥을 먹고 가는데 오늘 유난히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노래도 듣고 밥도 먹을 수 있어서 참 고맙다"고 말했다.

"얼마만에 받는 카네이션인지"…어버이날 급식소 어르신들 감격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노인·노숙인들에 도시락을 나눠줬던 밥퍼는 지난달 18일부터 현장에서 배식하고 있다.

주방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김동열(60) 씨는 "도시락을 싸주면 정량을 줄 수밖에 없는데 현장에서 드리면 양이 부족한 분들을 더 드릴 수 있어서 그게 제일 좋다.

양껏 배불리 먹게 해드리는 게 봉사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행복"이라며 웃었다.

김씨는 "부모님이 살아계셨으면 저 어르신들 정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며 "행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오늘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를 붙잡아 자신이 먹던 음식을 싸달라고 부탁하는 이들도 있었다.

목발을 짚고 있던 최보례(94) 씨는 "6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더니 밥이 잘 안 들어가서 싸달라고 했다.

밖에 나와서 공연도 보고 꽃도 받아서 아주 속이 다 풀린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