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신대 신희섭 외래교수 등 논문…"양성 조화 이미지 형성해야"
"경찰 이미지 남성성 강해"…여경 혐오론 불식 대안은
2018년 10월 부산 여경이 관련된 '사고 현장 구경' 논란과 2019년 5월 대림동 주취폭력 사건 등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 일각의 '여경 혐오'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인근에서 돌발적인 행동을 한 시위자를 제압하는 데 여경 9명이 동원된 일과 11월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여경 시보가 현장을 이탈한 일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여경 무용론'까지 불거졌다.

7일 인문사회21에 발표된 논문 '젠더화된 경찰 이미지와 여경 무용론에 대한 대안'에 따르면 저자인 동신대 경찰행정학과 신희섭 외래교수와 김용근 부교수는 경찰의 성별에 따른 직무 분리 관행이 여경 무용론 확산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경우 여경 시보뿐만 아니라 남자 경위도 함께 현장을 이탈했고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남경과 여경의 문제는 아니라고 언급했지만, 여경 무용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저자들은 "경찰 간부들은 온정적인 성차별을 구실로 여경에게 여성과 아동·청소년 관련 업무만 전담시키거나 남경 업무의 보조적 역할을 부여한다"며 "경찰은 이미 오랫동안 더 강한 존재로서 남성성의 이미지로 젠더화됐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이 국내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경 제도가 성범죄와 청소년 문제 등 여성성이 필요하다고 여겨진 분야에서 출발한 영향이다.

저자들은 "여경에게 근력과 민첩성에 기반한 용기와 범인 제압 능력을 주문한 반면, 여성성으로 일컬어지는 상냥함, 온화함, 감정이입 성향을 유약한 이미지로 평가절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물리적 강제력을 사용하는 빈도와 정도가 실제 민원의 양에 비해 극히 적은데도 여경의 용기와 체력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경찰 스스로 양성을 조화하고 통합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게 여경 혐오론 등을 불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경찰 채용과 교육 및 훈련단계에서 여경 역량을 정상화하기 위한 성별 통합 체력검증을 우선해 실시하고, 경찰 내 다양한 직무 중 특정 영역에 전문적인 속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고도의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경찰의 치안 서비스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뿐 아니라 범죄 예방과 수사, 범죄 피해자 보호, 경호와 경비, 대간첩과 대테러 작전 수행, 정보 수집, 교통 단속, 국제 협력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

저자들은 또 경찰 채용과 관리에 직무연관성과 적합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하려면 능력과 인성을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해야 하지만 생리, 출산, 육아 등 성별 차이도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