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줄인' ICBM 추정에도 노동신문·중앙통신에 관련 보도 없어
'이상 궤적' 탐지…"실패·인위적 폭파 가능성 다 보고 있어"
北매체, 어제 탄도미사일 발사 이례적 '침묵'…군, 의도 분석중(종합)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5일 전날 이뤄진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보도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5일자 지면에는 미사일 소식이 실리지 않았고,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도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통상 미사일 발사 다음 날 관영 매체를 통해 전날 발사의 성격을 규정하고 평가하는 기사와 함께 발사 장면이 담긴 사진들을 공개해왔다.

전날 쏜 미사일이 사거리를 줄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다음 날 보도가 나오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군과 정보당국도 전날 탐지된 제원을 바탕으로 북한이 함구하는 의도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특히 발사체가 다소 이상 궤적을 그린 것과 북한의 침묵이 관련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이상 궤적'과 관련, "인위적 폭파 가능성과 자연 폭파 가능성을 둘 다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위적 폭파'는 필요한 성능 시험을 모두 마친 뒤 의도적으로 폭파했다는 의미다.

'자연 폭파'는 실패한 경우로 간주한다.

다른 군 소식통도 "최대 성능으로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며 "발표할 만한 수준의 시험이 아니어서 공개하지 않았는지, 실패해서 하지 않은 건지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통상 북한이 ICBM을 쏴놓고도 보도하지 않은 건 실패했을 때다.

지난 3월 16일 신형 ICBM인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지만 초기 단계에서 공중폭발했고, 이튿날 북한 매체에 관련 소식은 없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어제 발사가 실패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이 북한이 주장하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발사였고, 원했던 성과를 거두진 못해 보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정치적·군사적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발사 소식을 며칠 뒤 보도하기도 한다.

북한은 지난 1월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을 당시 이튿날에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가, 다른 미사일 발사와 함께 28일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은 ICBM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시차를 두고 보도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신형 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 했지만 지난 3월 이미 '성공'했다고 주장한 만큼 이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24일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군 당국은 '화성-15형'을 쏜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전문가들도 아직 성능을 입증하지 못한 화성-17형의 재발사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 3월 '화성-17형'이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는데, 이는 3단 엔진 중 1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에 1단 엔진을 검증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70km, 최고 고도는 약 780km로 탐지됐다.

ICBM치고는 고도가 낮고 사거리도 짧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3월에 실패했던 화성-17형은 불과 7∼8㎞ 높이에서 공중폭발했는데, 그때 실패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하니 이번엔 화성-17형의 1단만 놓고 쏘아 올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단 엔진에 연료를 처음부터 적게 채우거나 중간에 연소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사거리는) 조절하면 어제와 같은 제원으로 탐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전날 미사일이 '화성-15형'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화성-17형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화성-15형으로 평가하고 있느냐'는 연합뉴스 질의에 "그쪽에 무게를 두고는 있는데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며 "화성-15형인지, 17형인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