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중국 본토식 방역정책을 고수해온 홍콩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홍콩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나섰으나 해외 입국자 격리는 그대로 유지해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홍콩 통계처에 따르면 홍콩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인 -1.3%를 크게 밑돌았다. 홍콩의 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2020년 4분기 -3.6% 이후 5분기 만이다. 민간 소비(-5.4%), 수출(-4.5%), 고정자산투자(-8.3%) 등 주요 지표가 모두 악화했다.

통계처는 주요 수출 대상 지역인 중국 본토의 방역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 등 외부 요인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라는 내부 요인이 겹쳐 홍콩 경제가 강한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3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5일부터 모임 인원이 4인에서 8인으로, 식당 영업시간은 밤 10시에서 새벽 2시로 늘어난다.

홍콩 정부는 지난 1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방역의 최대 목적은 중국 본토와의 교류 유지’라는 기조를 내걸고 3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이후 경기 침체와 외국인·외국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자 순차적으로 방역 수준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해외 입국자에 대한 7일의 시설 격리는 이번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홍콩의 방역정책 완화가 관광 수입이 감소하고 외국인이 이탈하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19년에 -1.7%로 떨어졌다. 이후 2020년 -6.5%로 악화했다가 지난해 6.3%로 반등했다. 홍콩 경제가 2019년 마이너스로 추락한 데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와 이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가 결정적인 이유로 지목된다. 중국 중앙정부는 2020년에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선거법 개정 등을 통해 홍콩에 대한 직접 지배를 강화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