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가 작년 말 선정한 2021 올해의 책 24권에 《세금내는 아이들》(한경BP)이 포함돼 있다. 문학이나 인문, 재테크 도서가 주류인 올해의 책에 어린이 경제 동화가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세금내는 아이들》은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급을 하나의 사회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을 갖고 투자, 소비, 저축의 경제활동을 하면서 세금을 내고 그 쓰임새까지 체험형으로 배울 수 있게 한 경제금융 교육 도서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자녀 경제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이 같은 교육 수요를 얼마나 충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초·중학교에선 경제가 사회 과목의 일부 단원에 불과하다. 대학수능시험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하는 응시생은 2007학년도 27.8%에서 2021학년도에는 2.47%로 급감했다. 수능 선택 과목 수가 종전 최대 4개에서 2개로 준 데다, 상위권 학생들이 경제 과목을 선호해 상대 평가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학생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020년 KDI가 실시한 전국 초·중·고교생 경제이해력 조사에서 초등생은 58점, 고교생은 51.7점에 그쳤으며, 중학생의 경우 49.8점으로 반타작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조차 신용카드 사용이 ‘카드사에 빚을 지는 것’이라는 개념을 맞힌 학생은 29%에 불과할 정도로 금융의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이 경제·금융 원리에 일찌감치 눈을 뜨도록 하고 있다. 영국이나 싱가포르는 사회, 수학, 영어 등의 과목에 금융 관련 단원을 분산해 놓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교육은 의무 공교육의 영역에서 책임져야 한다. 수능시험에서 경제를 필수과목으로 하는 한편 선진국처럼 국·영·수 교과에 경제금융 지식을 분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엄연한 헌법 가치인 시장경제 작동 원리를 학창 시절부터 제대로 습득해야 자율성과 책임감을 겸비한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