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에어택시' 타고 퇴근"…新역세권 찾기 나선다 [선한결의 IT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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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M 탑승장 '버티포트'
교통·부동산데이터 총동원해 입지 선정
커머스·물류 연계 가능성도 전망
교통·부동산데이터 총동원해 입지 선정
커머스·물류 연계 가능성도 전망
기업들이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연구 경쟁이 기체·관제 기술 개발뿐 아니라 부동산 분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인데요. 차세대 교통망인만큼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를 어디에 조성할지가 주요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UAM은 상용화하면 지역 공항과 도심을 오갈 전망입니다. 상공 300~600m 하늘길을 쓰기 때문에 지상의 교통정체로부터 자유롭다는 특징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UAM은 기체 종류에 따라 최고 시속 100~300㎞을 낼 수 있습니다. 서울연구원이 분석한 서울 전체 평균 차량주행속도가 시속 30㎞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이동이 매우 빨라지는거죠. 현실화하면 서울 강남에서 김포국제공항까지 약 10여분만에 도달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또다른 특징도 있습니다. 기체가 수직으로 이착륙하다보니 넓은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존 대형 건물의 옥상이나 주차장 등에도 버티포트를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독일 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는 자사 UAM 기체에 필요한 버티포트 ‘볼로포트’ 면적을 약 500㎡(150여평)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면적만 확보되면 기체 운용을 비롯해 배터리 충전, 기체 유지 보수 등을 모두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버티포트가 또다른 수익흐름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UAM 교통망만 잘 잡아도 각종 서비스와 커머스, 광고 등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UAM을 이용하고 버스·택시 등 육상교통 환승을 하는 이들이 모이는 ‘새 역세권’이 생기니까요.
일부 건물주들에게도 낙수효과가 떨어질 전망입니다. UAM 버티포트 부지를 제공해 임대 수익을 낼 수도 있고요. 버티포트가 설치돼 일대 유동인구 수용성이 늘어나면서 주변이 개발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치를 결정짓는 최고 요소 중 하나가 교통망이라는 원칙이 하늘길에도 적용되는 셈입니다.
티맵모빌리티는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 등과 ‘K-UAM 드림팀’을 꾸려 UAM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컨소시엄에 있는 한국교통연구원의 교통 데이터도 버티포트 입지 선정에 활용할 전망입니다.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국제공항을 비롯해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관리하고 있으니 이들 공항과 버티포트를 연계할 공산이 큽니다. 롯데도 UAM 교통망과 쇼핑·관광 인프라간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2024년 노선 상용화를 목표로 UAM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롯데지주를 비롯해 오프라인 렌터카 1위 기업인 롯데렌탈, 도시 곳곳에 넓은 건물을 두고 있는 롯데마트 등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이용자가 인천에서 롯데 UAM을 타고 서울까지 이동해 롯데마트 옥상 버티포트에서 내리고, 최종 목적지까지는 롯데렌탈의 공유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그림입니다. 버티포트 위치에 따라 영화관인 롯데시네마를 비롯해 롯데마트·백화점·호텔 등에 매출·광고 효과를 추가로 낼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의 UAM 사업 협력체엔 아예 부동산 자산운용사와 건설사가 함께 합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UAM 버티포트 사업지 선정과 사업모델 개발을 맡고, 현대건설이 버티포트 등을 건설하는 식입니다. 이 협력체는 서울 남산 밀레니얼힐튼호텔 부지를 버티포트 후보 1호로 점찍었는데요. 이 부지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현대건설이 호텔과 오피스 등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위치상 시내 중심이지만 산 중턱에 있어 복합시설을 찾는 이들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데, 버티포트를 들이면 이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등은 이 버티포트를 서울역-서울로-남산을 잇는 교통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 등과 UAM 사업을 함께하는 조비는 미국에선 글로벌 부동산기업, 자산운용사 등과 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인프라 자산 운용사인 맥쿼리캐피탈, 미국 뉴욕시 기반 최대 부동산 개발사 릴레이티드가 조비의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입니다. 각각 소유·개발 중인 건물이나 그 인근에 버티포트를 들여 부동산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심 내 에어택시 역세권이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은 아닙니다. 국토교통부와 각 UAM 협력체 등은 일단 인구가 밀집되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UAM 시범사업 등을 거쳐 차차 도심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본격 도심 노선 상용화가 예상되는 2030년대 쯤엔 서울 한복판 버티포트에서 퇴근 UAM을 타기 위해 대기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도 예상이 되는데요. 이런 차세대 IT 교통체계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김포공항~서울 강남 10분만에 연결
UAM은 프로펠러와 날개를 달아 수직 이·착륙하는 전기동력 비행체에 사람이 타 이동하는 교통 체계입니다. 드론·헬리콥터·비행기의 하이브리드 격인 셈인데요. 헬리콥터보다 소음과 주변 진동이 훨씬 적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UAM은 상용화하면 지역 공항과 도심을 오갈 전망입니다. 상공 300~600m 하늘길을 쓰기 때문에 지상의 교통정체로부터 자유롭다는 특징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UAM은 기체 종류에 따라 최고 시속 100~300㎞을 낼 수 있습니다. 서울연구원이 분석한 서울 전체 평균 차량주행속도가 시속 30㎞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이동이 매우 빨라지는거죠. 현실화하면 서울 강남에서 김포국제공항까지 약 10여분만에 도달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또다른 특징도 있습니다. 기체가 수직으로 이착륙하다보니 넓은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존 대형 건물의 옥상이나 주차장 등에도 버티포트를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독일 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는 자사 UAM 기체에 필요한 버티포트 ‘볼로포트’ 면적을 약 500㎡(150여평)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면적만 확보되면 기체 운용을 비롯해 배터리 충전, 기체 유지 보수 등을 모두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도심 내 ‘하늘길 역세권’ 어디 될까
UAM 버티포트 위치는 신사업 자체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으면서도 일대 동선을 효율적으로 짤 수 있어야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버티포트가 또다른 수익흐름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UAM 교통망만 잘 잡아도 각종 서비스와 커머스, 광고 등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UAM을 이용하고 버스·택시 등 육상교통 환승을 하는 이들이 모이는 ‘새 역세권’이 생기니까요.
일부 건물주들에게도 낙수효과가 떨어질 전망입니다. UAM 버티포트 부지를 제공해 임대 수익을 낼 수도 있고요. 버티포트가 설치돼 일대 유동인구 수용성이 늘어나면서 주변이 개발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치를 결정짓는 최고 요소 중 하나가 교통망이라는 원칙이 하늘길에도 적용되는 셈입니다.
SK텔레콤·롯데·현대차그룹 등 '버티포트' 구상
모빌리티·완성차·유통·부동산 등 각계 기업들은 UAM 버티포트 위치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티맵모빌리티는 4일 미국 조비에비에이션과 UAM 서비스 공동연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티맵모빌리티가 20여년간 축적한 인구이동·차량운행 데이터, 조비에비에이션의 UAM 기체 데이터 등을 공유해 국내 버티포트 입지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UAM 노선·플랫폼·인프라 설계도 함께 합니다.티맵모빌리티는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 등과 ‘K-UAM 드림팀’을 꾸려 UAM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컨소시엄에 있는 한국교통연구원의 교통 데이터도 버티포트 입지 선정에 활용할 전망입니다.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국제공항을 비롯해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관리하고 있으니 이들 공항과 버티포트를 연계할 공산이 큽니다. 롯데도 UAM 교통망과 쇼핑·관광 인프라간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두고 2024년 노선 상용화를 목표로 UAM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롯데지주를 비롯해 오프라인 렌터카 1위 기업인 롯데렌탈, 도시 곳곳에 넓은 건물을 두고 있는 롯데마트 등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이용자가 인천에서 롯데 UAM을 타고 서울까지 이동해 롯데마트 옥상 버티포트에서 내리고, 최종 목적지까지는 롯데렌탈의 공유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그림입니다. 버티포트 위치에 따라 영화관인 롯데시네마를 비롯해 롯데마트·백화점·호텔 등에 매출·광고 효과를 추가로 낼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의 UAM 사업 협력체엔 아예 부동산 자산운용사와 건설사가 함께 합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UAM 버티포트 사업지 선정과 사업모델 개발을 맡고, 현대건설이 버티포트 등을 건설하는 식입니다. 이 협력체는 서울 남산 밀레니얼힐튼호텔 부지를 버티포트 후보 1호로 점찍었는데요. 이 부지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현대건설이 호텔과 오피스 등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위치상 시내 중심이지만 산 중턱에 있어 복합시설을 찾는 이들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데, 버티포트를 들이면 이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등은 이 버티포트를 서울역-서울로-남산을 잇는 교통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 등과 UAM 사업을 함께하는 조비는 미국에선 글로벌 부동산기업, 자산운용사 등과 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인프라 자산 운용사인 맥쿼리캐피탈, 미국 뉴욕시 기반 최대 부동산 개발사 릴레이티드가 조비의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입니다. 각각 소유·개발 중인 건물이나 그 인근에 버티포트를 들여 부동산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이터 총동원…"요충지 잡아라"
각 UAM 협력체와 기업들은 유동인구·부동산·교통망 데이터를 총동원해 버티포트 입지를 따져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인근에 환승 교통망이 충분하면서 주변 빌딩의 층고가 지나치게 들쭉날쭉하지 않은 곳을 1순위로 고려한다고 합니다. 주변 소음 민감도도 신경써야 합니다. UAM이 발생하는 소음이 65~75db(데시벨)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헬리콥터(150db)보다는 훨씬 적지만 그렇다고 아주 조용한 정도도 아닙니다.도심 내 에어택시 역세권이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은 아닙니다. 국토교통부와 각 UAM 협력체 등은 일단 인구가 밀집되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UAM 시범사업 등을 거쳐 차차 도심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본격 도심 노선 상용화가 예상되는 2030년대 쯤엔 서울 한복판 버티포트에서 퇴근 UAM을 타기 위해 대기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도 예상이 되는데요. 이런 차세대 IT 교통체계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