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 "거대 기업집단이 미디어 지배력 확대…자기검열 부추겨"
한국, 세계 언론자유 지수 43위…북한 180위 '최악'
한국이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내려간 43위를 차지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3일 발표한 '2022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72.11점으로 조사대상이었던 전 세계 180개 국가 중 43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42위에서 한 단계 하락한 것이다.

한국은 언론 자유 정도를 지도에 색으로 표현한 '언론자유지도'에서는 '양호함'을 의미하는 노란색을 받았다.

RSF는 한국과 함께 일본(71위), 호주(39위)를 언급하며 "이 지역에선 거대 기업집단이 미디어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지배력은 언론인과 편집국의 자기검열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덴마크, 스웨덴은 차례로 1∼3위에 올랐다.

언론 자유도가 최악인 나라로는 북한(180위)이 꼽혔다.

언론자유 지도에서 최하위집단을 의미하는 '매우 나쁨' 국가에는 북한 등 총 28개국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106위) 침공을 정당화하고자 미디어를 활용한 러시아가 155위, 중국 175위, 작년 2월 쿠데타로 언론자유가 10년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 미얀마가 176위였다.

이어 투르크메니스탄 177위, 이란 178위, 에리트레아가 179위로, 언론자유도 최악의 국가들로 RSF는 순위를 매겼다.

홍콩은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가파른 순위 하락(68계단)을 보이며 148위를 기록했다.

RSF는 가짜뉴스 등 정보 혼란으로 빚어진 미디어 양극화가 민주주의 사회 내부의 분열을 확대하고 있다며 대표 사례 국가로 미국(42위)을 들었다.

프랑스(26위)는 소셜 미디어 등이 사회·정치적 긴장감을 높인 국가로, 폴란드(66위)는 자유롭지 못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독립 미디어 탄압이 벌어지는 나라로 지적됐다.

반면 몰도바(40위), 불가리아(91위)는 집권층이 여전히 미디어를 소유하거나 통제하고 있음에도, 정권이 교체되며 언론 활동 상황이 개선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RSF는 평가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마르가리타 시모냔 RT(옛 러시아 투데이) 편집장은 러시아 원 TV 방송에서 '정보에 대한 통제 없이 어떤 위대한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며 자신의 진의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위주의 국가에서 미디어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자국민이 가진 정보에 대한 권리를 말살하면서 최악의 경우,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언론자유 지수는 180개국 및 지역에서 일어난 언론인·미디어에 대한 언론자유 침해 및 학대를 정량적으로 조사한 결과와 수백 명의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져 얻은 답을 질적으로 연구한 정성 평가 결과를 합해 산정한다.

아울러 지수를 위한 자료수집과 발표 시점 사이에 언론자유 상황이 급속히 변할 경우 보완작업을 거친다.

올해 지수 산정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말리에 대한 추가 자료 보완이 이뤄졌다고 RSF는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