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연 예술의 전당인 볼쇼이극장이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예술가 두 명의 작품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극장 측은 키릴 세레브레니코프의 발레 '누레예프'와 티모페이 쿨랴빈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 공연을 취소하고, 대신 이탈리아 작곡가 지오아치노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와 아르메니아 출신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의 발레 '스파르타쿠스'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세레브레니코프는 지난달 프랑스24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그것은 유혈이 낭자한 인류의 재앙이고, 문명과 인류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을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20년 모스크바 극장 예산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지난 3월 러시아를 떠났다.

지지자들은 이에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권위주의와 동성애 혐오를 비판한 데 대한 보복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볼쇼이극장, '반전' 연출자 작품 공연 취소
'누레예프'는 1961년 공연 차 프랑스 파리에 갔다 서방으로 망명한 구소련의 전설적 발레리노인 루돌프 누레예프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누레예프가 동성 애인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들어 있어 이를 '동성애 선전물'로 보는 러시아 정부를 자극했고 보수파의 분노를 자아냈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세레브레니코프는 프랑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발레는 한 남자의 자유 즉, 창조의 자유와 사랑할 자유를 향한 열망에 관한 것"이라며, 볼쇼이 측이 자신의 오페라를 취소한 것은 과거 소비에트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도 누레예프는 볼쇼이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인물"이라며 "그들은 불필요한 상상과 불편한 예술가를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역시 러시아를 떠나 있는 쿨랴빈(37)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며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시했다.

그는 레오 톨스토이가 쓴 책 '전쟁과 평화'의 '전쟁'을 '특수 작전'으로 고친 표지 사진을 올려 러시아를 조롱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작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볼쇼이극장은 지난달 초에도 '스파르타쿠스'를 공연했으며, 공연 수익을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자국 군인 가족을 돕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볼쇼이극장 측의 공연 취소에 대해 이들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권을 예매한 이들의 비난이 일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