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주의 반군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폭발 이후 불안 고조
"우크라이나·서방 견제용 러시아 선전전 강화" 분석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에서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시민들의 탈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몰도바 동부 국경지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최근 폭발 사건이 잇따르면서 탈출을 고민하는 몰도바 시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자칭' 수도 티라스폴에서는 국가보안부 건물이 로켓포 공격을 받았고, 26일에는 그리고리오폴스키 지역 라디오 방송탑 2개가 잇따라 폭파됐다.

티라스폴을 빠져나와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로 간 기자 파샤(24)는 "추가 공격 가능성이 있었고, 다음 목표가 어디일지 기다리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떠난 일행 중 다른 사람들은 이미 터키나 폴란드 등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온 피란민들도 다른 곳으로 다시 떠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몰도바는 자국 전체 인구의 약 3.5%에 해당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약 9만5천명을 수용 중이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거센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을 떠나 3월 몰도바로 온 우크라이나 여성 리우다(35)는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전쟁이 번지면 아마도 독일로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몰도바 싱크탱크 워치독의 발레리우 파사는 "인구가 250만명에 불과한 몰도바가 또 다른 대규모 탈출 행렬로 피해를 당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구 47만명의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1년 소련 붕괴로 몰도바가 독립할 당시 별도로 국가 수립을 선언하면서 1992년 몰도바와 내전을 치렀다.

전쟁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5개월 만에 끝났고,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을 파견해 현재도 1천600명가량이 주둔한다.

최근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발생한 공격을 두고는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곳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은 우크라이나를 지목했고, 우크라이나는 불안 고조를 위한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의심했다.

러시아는 이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으나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파벌 간 다툼이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몰도바에서는 러시아의 선전전이 강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우크라이나군의 손을 묶고 몰도바의 친유럽 정서에 맞서려고 몰도바를 불안케 하려 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몰도바뿐 아니라) 발칸반도에서까지도 더 큰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점을 서방에 보여주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