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이전 꼭 해야하나, 모순적"…청원답변 자처해 거듭 작심비판
"갈등아냐" 설명에도…'마스크충돌' 겹쳐 신구정부 대치전선 전방위 확산
'검수완박' 국면서 지지층 결집 염두에 뒀나…지방선거 영향 '촉각'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앞세워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직격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에 대해 "꼭 해야하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데 이어 윤 당선인에 대해 "모순적"이라고 표현하는 등 작심 비판에 나섰다.

여기에 김부겸 국무총리까지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 해제 문제를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충돌하는 등 문 대통령의 임기종료일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현 정부와 새 정부의 대치전선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신구권력의 충돌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의 향방, 더 나아가 6월 지방선거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청원답변 자처한 문대통령…집무실 이전 거듭 비판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가 공개한 국민청원 답변에서 "꼭 이전을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며 이번 결정의 부당함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26일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도 집무실 이전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고 언급한 것에 이어 불과 사흘 만에 다시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애초 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답변자로 나서는 일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작정을 하고서 윤 당선인을 비판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7월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는 청원에 직접 답한 일은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답변은 관련 비서관이나 부처 장차관들이 해 왔다.

이날 청원 답변에 직접 나선 것에는 그만큼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더욱 선명하게 밝히겠다는 의중이 반영됐을 수 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임기 종료를 앞두고 답변 대기 중인 7개의 청원에 대해 일괄적으로 문 대통령이 답하기로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마스크 충돌'에 대통령직속委 감사까지…충돌 전방위 확산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청원답변 공개와 맞물려 총리실과 인수위원회 사이에서는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를 두고 마찰을 빚었다.

새 정부 출범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신구 권력의 대치 전선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다음 주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은 "5월 하순 정도 상황을 보려고 한다"며 이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쳐 왔다.

이같은 의견대립 중에도 김 총리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다음주 월요일, 5월 2일부터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인수위의 반대에도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안 위원장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비판하는 등 양측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위원장은 특히 "(방역 성과의) 공을 현 정부에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실외 마스크 의무화 해제에는 현 정부의 '정치적 셈법'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게 안 위원장의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감사원은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 등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업무추진비를 직원 격려를 위한 상품권 구매 등에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관리를 해왔다며 이를 지적하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국회의 요청에 따른 감사라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지만, 정권교체기 감사원이 지속적으로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다시 한번 청와대와 감사원 사이에는 불편한 기류가 형성될 전망이다.

◇ 끝나지 않는 신구권력 충돌…'검수완박' 정국 영향 주목
대선 직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첫 회동 일정조율 문제, 집무실 이전 예비비 승인 문제, 감사원과 중앙선관위원 인사권 문제 등을 두고 충돌을 거듭해왔다.

물론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JTBC 대담에서 현직 대통령이 차기 정부를 운영할 대통령 당선인에게 반대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이를 왜 갈등이라고 하나"라며 '신구권력 충돌' 프레임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차기 정부의 정책에는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 현직 대통령의 의무라며 "당선인이 바라는 바이니 입 닫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도 윤 당선인의 핵심 사업인 집무실 이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는 결과적으로 양 진영의 대립을 격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최근 '검수완박' 입법을 두고 양 진영이 극한의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는 문 대통령 발언이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말이지만 여전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공세적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히긴 했으나, 결국 이처럼 강력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퇴임 후에도 문 대통령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이같은 흐름이 윤석열 정부 초기 안착은 물론, 6월 지방선거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