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반대'요청에 '찬성' 반론 전해…"잘 살피겠다" 본격검토 시사
사면 범위 주목…MB·김경수 '동반사면설' 속 정경심·이석기 거론도
일각선 '정치인 배제' 가능성도 제기…이재용 등 경제인만 사면될수도
"MB사면, 찬성도 많다"…문대통령, 마지막 사면 결단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와 관련해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이 단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기존 입장보다 한발 더 나아간 메시지를 내놨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 등을 사면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청원인과 같은 의견(사면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면서도 "반면에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언급은 지난 25일 문 대통령이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힐 수 있어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며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언급한 것에 비하면 조금 더 진전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제까지 '사면 기준이 무엇인가'만을 거론했다면, 이날 청원 답변에서는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며 본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면 반대 청원에 '찬성도 많다'는 반론을 소개한 대목 여깃 '사면 반대에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청와대에서는 "사면 찬성론을 소개한 것은 양쪽 입장이 모두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중립적 메시지"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애초에 문 대통령으로서 답변하기 껄끄러운 주제임에도 굳이 답변자로 나선 것 역시 사면론에 대해 고민이 깊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만일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할 경우 그 범위가 어디까지 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사면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측에서는 "가장 큰 고민은 이 전 대통령을 사면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경우 지지층의 반발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김 전 지사도 함께 사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나아가 국민의힘 측에서는 오히려 문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도 동시에 사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사면 고민에 있어서는 국민 여론이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국민들의 공감대'를 사면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여론은 이 전 대통령이나 김 전 지사 사면에 부정적이다.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28일 전국 18세 이상 1천명에게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사면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반대 입장은 58.7%로 집계됐다.

사면 찬성 입장은 32.1%에 그쳤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함께 사면하거나, 여기에 정경심 교수, 이석기 전 의원 등까지 같이 사면한다면 문 대통령 역시 '자기 편 끼워넣기 사면'이라는 비판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사면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리거나, 혹은 정치인 사면을 배제하고 이재용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만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