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시민사회단체·소수민족 무장단체 대표 등과 화상회의"
'뒷배' 중국·만장일치 아세안 관행에 미얀마 쿠데타 상황변화 난망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15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가 회원국 중 처음으로 반군부 진영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최근 미얀마 반군부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사이푸딘 장관은 '인권을 위한 동남아국가연합 의원들'(APHR)이 쿠데타 해법 마련을 위한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 1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아세안 각국에 보낸 'NUG와 대화 촉구' 공개서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아세안은 지난해 2월 미얀마 쿠데타 사태로 유혈사태가 이어지자 같은해 4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어 즉각적 폭력중단과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군사 정권은 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사이푸딘 장관은 공개서한 관련 APHR의 트위터에 답글을 달고 "나는 지난 아세안 외교장관 리트리트(비공식 자유토론) 전에 비공식적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NUG 외교장관과 국민통합협의회(NUCC) 회장을 만났다.

만나서 논의하자"고 말했다.

아세안 외교장관 리트리트는 지난 2월 중순 아세안 순회 의장국인 캄보디아에서 열렸다.

NUG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임시정부이고, NUCC에는 NUG 대표들과 시민사회단체, 소수민족 무장단체 그리고 시민불복종운동 단체가 포함돼 있다.

아세안 회원국 정부 인사가 NUG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세안은 그동안 미얀마 군정과 접촉 창구를 단일화해왔다.

특사인 쁘락 소콘 캄보디아 외교장관도 지난달 미얀마를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군정 인사들만 만났다.

그러나 사이푸딘 장관은 지난해 10월 자국 의회에 출석, 미얀마 군정이 아세안이 내놓은 합의사항 이행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군정에 맞서는 민주진영 임시정부와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외에도 꾸준히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노팅엄 말레이시아 대학의 정치 분석가인 브리짓 웰시는 SNS에 "미얀마에 대한 아세안의 접근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말레이시아가 주도적으로 나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반군부 진영과 접촉했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아세안이 '내정 불간섭' 원칙에 회원국 만장일치 관행을 고수하는 데다, 중국이 미얀마 군정의 뒷배 역할을 하는 가운데 올해 의장국이 '친중국' 캄보디아이기 때문이다.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 조슈아 컬랜칙 선임 연구원은 베나르 뉴스에 "아세안이 미얀마에 심각한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며 중국이 지난해 쿠데타 이후 유엔을 포함, 각종 국제회의에서 미얀마 군부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총선이 부정이라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 세력을 유혈 탄압하고 있다.

태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에 의해 1천800명가량이 사망했고, 1만3천여명이 체포·구금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