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무제한 토론' 재도입
윤희숙 전 의원 12시간 47분 발언이 헌정사상 최장
막오른 '검수완박' 필리버스터 정국…과거 사례는
27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국회 본회의 개의로 '필리버스터 정국'의 막이 올랐다.

'무제한 토론'을 지칭하는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합법적으로 저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필리버스터 제도는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입법되면서 재도입됐다.

이후 민주당이 2016년 2월 23일∼3월 2일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제도 폐지 뒤 43년 만에 처음 무제한 토론이 이뤄졌다.

당시 9일에 걸쳐 192시간 25분간 필리버스터가 이어졌다.

사실상 민주화 이후 첫 필리버스터였던데다 릴레이 토론에 참여한 의원들이 최장 발언 기록을 거듭 경신하며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첫 발언자로 나선 김광진 의원이 5시간 32분의 기록으로 1964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본회의 최장 발언기록(5시간 19분)을 52년만에 깼고, 이후 같은당 은수미 의원이 무려 10시간 18분간 발언해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의 국내 최장 발언 기록(10시간 15분 법사위 발언)을 넘어섰다.

정청래 의원(11시간 39분)이 다시 기록을 경신한데 이어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종걸 의원이 12시간 31분간 발언하며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했다.

그 다음 필리버스터는 3년 10개월 뒤 20대 국회에서 등장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12월 23일 밤부터 25일 자정까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벌였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의원 15명이 격론을 펼쳤으나,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 전략에 따라 회기가 종료되면서 사흘을 채우지 못한 채 50시간 11분 만에 마무리됐다.

회기 쪼개기는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끝나면 토론을 종결한 것으로 간주하고 해당 안건을 다음 회기 때 지체 없이 표결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불리기도 한다.

당시 한국당은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를 저지하기 위해 회기 결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당은 곧이어 12월 27일 밤부터 공수처 설치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며 '2라운드'에 돌입했으나, 이 역시 29일 0시 회기 종료로 자동 종료됐다.

막오른 '검수완박' 필리버스터 정국…과거 사례는
21대 국회에서도 이미 지난 한 차례 필리버스터 정국이 펼쳐진 바 있다.

국민의힘이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관계 특별법 개정안 등 총 3개 안건에 대해 6일간 릴레이 형식으로 토론을 벌인 것이다.

여야 21명(민주당 9명·국민의힘 12명)이 토론자로 나서 12월 9일부터 6일 동안 89시간 5분간 맞장토론에 나섰다.

특히, 당시 국민의힘 소속이던 윤희숙 전 의원이 12시간 47분간 동안 발언을 이어가며 헌정사상 최장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됐다.

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에 따라 마무리됐고, 이후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시작한 국정원법과 남북관계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각각 180명, 187명의 찬성으로 종료됐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 3분의 1(180석) 이상이 서명으로 토론 종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으로, 필리버스터가 표결에 의해 강제 중단된 첫 사례가 됐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에서도 살라미 전략으로 국민의힘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171석인 민주당이 180석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표결에 나서기 보다는 임시국회를 2∼3번으로 쪼개 각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각각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