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봉사 프로그램 통해 소송 지원…"해외 판결문 번역이 큰 역할"
'명예살인 위기' 파키스탄인 난민 인정 도운 서울대 로스쿨생들
"처음 사건을 접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고, 본국의 법체계가 이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3학년 박가영 학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이 명예살인 위기에 처한 파키스탄 국적 외국인들이 법원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심준보 김종호 이승한 부장판사)는 파키스탄 국적 A씨 부부와 자녀가 인천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연애 끝에 결혼을 결정한 아내 B씨의 가족이 신분 차이를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면서 납치와 폭행, 살인 위협에 시달렸고, 두 사람이 한국으로 몸을 피해 자녀를 낳은 이후에도 살인 위협이 지속하자 난민 신청을 했다.

당국은 당초 A씨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2020년 6월 A씨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1심 재판부도 당국의 처분을 유지하도록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번 판결은 결혼 등을 이유로 명예살인 위협에 처한 경우에도 난민 지위를 인정한 국내 첫 사례다.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와 공익법센터가 해당 사건 소송 지원을 맡았고,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들도 다수 참여했다.

이들 학생은 법률서비스에서 소외된 취약 계층을 돕는 법률봉사 프로그램 참여자들로, 소장과 준비서면 작성뿐 아니라 국내 난민 관련 판결문 및 논문 조사, 쟁점 분석 등 2년여에 걸친 소송 전 과정에 기여했다.

이들이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 명예살인 위협으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례의 판결문을 번역해 서증으로 제출한 것이 법리적 근거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고 공익법률센터는 설명했다.

사건에 참여한 박가영 학생은 "예비법조인으로서 난민 인권 문제와 난민 사건의 법적 논의가 실제 사건에서 다루어지는 것을 직접 보고 참여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인 2학년 김채연 학생은 "명예살인이 어떻게 난민 인정 사유가 되는지 해외 판례를 번역·분석하며 법적 언어로 이해할 기회였다"며 "이 판결이 앞으로도 난민 인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바라고, 학생으로서 이러한 결실에 기여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김인희 공익법률센터 변호사는 "난민 사건 특성상 본국의 정치·사회·문화 등 복합적인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에 조사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수많은 외국 자료를 조사하고 번역해 방대한 변론 자료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