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무렵 손에 쥔 단축근무 계약서…목숨 앗아간 '코로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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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살며 강제 휴직·단축근무 반복하다 극단선택
업무상질병판정위, 업무상 재해 인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강제 휴직을 반복하다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한 공연업계 근로자에게 산재가 인정됐다.
26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문에 따르면 2011년 대형 공연업체 입사한 A씨는 전북 전주시 한 공연장에서 공연기획과 공연장 관리 등을 하는 업무를 맡았다.
별다른 문제 없이 7년간 같은 업무를 이어온 A씨에게 사측은 뜻밖의 제안을 건넸다.
지방에 있는 것보다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기면 공연의 규모도 크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인사이동 제안이었다.
A씨 역시 수도권에서 일하면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가 공연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건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국내에 유행하기 시작하며 정부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고, 공연취소 등으로 이어지며 A씨가 속한 경기도의 공연장 역시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A씨는 사측의 인력 조정으로 서울의 한 공연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 조치는 시작에 불과했다.
인사 발령 2달만인 2020년 11월 회사는 A씨가 속한 부서 등 일부 부서에 대해 3달간 무급휴직과 단축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무급휴직을 하면 급여의 50%, 단축근무를 하면 급여의 80%만 지급되지만, A씨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동료와 1개월씩 번갈아 가면서 무급휴직을 하고 다른 2개월은 단축근무를 해야 했다.
특히 동료가 무급휴직에 들어간 기간에는 A씨 혼자 업무를 떠맡아야 해 야근하기 일쑤였다.
무급 휴직으로 급여가 줄어들게 되자 A씨는 당장 생활비가 걱정이었다.
줄일 수 있는 고정비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언덕배기 골목에 있는 반지하 방으로 집을 옮겨야 했다.
이 무렵부터 평소 밝은 성격으로 레저를 즐기고 주변 사람들까지 살뜰하게 챙기던 A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A씨는 이명과 함께 우울감과 불안감을 주변에 호소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과 공연업계 침체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하고 있었다.
당초 예정됐던 무급휴직·단축근무 기간은 3개월(2020년 1월~4월) 더 늘어났다.
다시 시작된 업무 과중과 경제적 어려움은 A씨에게 크나큰 고통이었다.
이런 상황이 도대체 언제 좋아질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A씨를 짓눌렀다.
그 사이 전년도 인사 평가에서 이유도 모른 채 낮은 등급을 받았고, 반면 다른 직원은 승진하는 모습을 보며 평가가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순서상 A씨가 무급휴직을 시작한 2020년 4월 A씨는 외부활동을 모두 끊고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으며 홀로 코로나 블루와 맞섰다.
그렇게 6개월을 버티고 버틴 A씨는 다음 달부터는 정상 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산산조각이 났다.
무급휴직이 끝나가던 4월 21일 A씨가 받은 근로계약서는 또다시 연봉이 삭감된 단축근로계약서였던 것.
공교롭게도 이날은 A씨의 생일 다음 날이기도 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단축근로계약서에 서명했지만 크게 좌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연락이 닿지 않은 A씨는 며칠 뒤 자신의 반지하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에 대해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에 대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산재로 인정했다.
A씨가 순환 휴직을 하면서 급여가 삭감돼 경제적인 압박을 받은 반면 업무량이 늘어나고 불합리한 인사평가에 따른 승진 배제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명과 실신 등 신체 질환이 동반된 우울 상태에서 생일 무렵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종합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업무상질병판정위, 업무상 재해 인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강제 휴직을 반복하다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한 공연업계 근로자에게 산재가 인정됐다.
26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문에 따르면 2011년 대형 공연업체 입사한 A씨는 전북 전주시 한 공연장에서 공연기획과 공연장 관리 등을 하는 업무를 맡았다.
별다른 문제 없이 7년간 같은 업무를 이어온 A씨에게 사측은 뜻밖의 제안을 건넸다.
지방에 있는 것보다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기면 공연의 규모도 크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인사이동 제안이었다.
A씨 역시 수도권에서 일하면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가 공연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건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국내에 유행하기 시작하며 정부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고, 공연취소 등으로 이어지며 A씨가 속한 경기도의 공연장 역시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A씨는 사측의 인력 조정으로 서울의 한 공연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 조치는 시작에 불과했다.
인사 발령 2달만인 2020년 11월 회사는 A씨가 속한 부서 등 일부 부서에 대해 3달간 무급휴직과 단축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무급휴직을 하면 급여의 50%, 단축근무를 하면 급여의 80%만 지급되지만, A씨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동료와 1개월씩 번갈아 가면서 무급휴직을 하고 다른 2개월은 단축근무를 해야 했다.
특히 동료가 무급휴직에 들어간 기간에는 A씨 혼자 업무를 떠맡아야 해 야근하기 일쑤였다.
무급 휴직으로 급여가 줄어들게 되자 A씨는 당장 생활비가 걱정이었다.
줄일 수 있는 고정비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언덕배기 골목에 있는 반지하 방으로 집을 옮겨야 했다.
이 무렵부터 평소 밝은 성격으로 레저를 즐기고 주변 사람들까지 살뜰하게 챙기던 A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A씨는 이명과 함께 우울감과 불안감을 주변에 호소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과 공연업계 침체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하고 있었다.
당초 예정됐던 무급휴직·단축근무 기간은 3개월(2020년 1월~4월) 더 늘어났다.
다시 시작된 업무 과중과 경제적 어려움은 A씨에게 크나큰 고통이었다.
이런 상황이 도대체 언제 좋아질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A씨를 짓눌렀다.
그 사이 전년도 인사 평가에서 이유도 모른 채 낮은 등급을 받았고, 반면 다른 직원은 승진하는 모습을 보며 평가가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순서상 A씨가 무급휴직을 시작한 2020년 4월 A씨는 외부활동을 모두 끊고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으며 홀로 코로나 블루와 맞섰다.
그렇게 6개월을 버티고 버틴 A씨는 다음 달부터는 정상 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산산조각이 났다.
무급휴직이 끝나가던 4월 21일 A씨가 받은 근로계약서는 또다시 연봉이 삭감된 단축근로계약서였던 것.
공교롭게도 이날은 A씨의 생일 다음 날이기도 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단축근로계약서에 서명했지만 크게 좌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연락이 닿지 않은 A씨는 며칠 뒤 자신의 반지하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에 대해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에 대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산재로 인정했다.
A씨가 순환 휴직을 하면서 급여가 삭감돼 경제적인 압박을 받은 반면 업무량이 늘어나고 불합리한 인사평가에 따른 승진 배제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명과 실신 등 신체 질환이 동반된 우울 상태에서 생일 무렵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종합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