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복도나 계단은 공용공간입니다. 모두가 쾌적하고 안전한 상황에서 살고 싶은 건 마찬가지인데 혹시라도 대피해야 할 경우 그 물품들로 인해 다칠 수도 있습니다."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복도나 세대 앞 적치물을 치워달라는 공지가 부착됐다. 관리사무소가 부착한 이 게시물에는 '이행하지 않으면 소방법 위반으로 최대 3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안내됐다.
이 공지에 주민들의 반응은 위와 같이 제각각이었다.
한 주민은 해당 아파트 커뮤니티에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면서 "입주민이 아파트의 주인이다. 관리사무소의 통제를 잘 따라야 하는 책임도 있으나 입주민들이 내 집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계단에 킥보드와 자전거가 놓인 사진과 함께 '항의했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저녁마다 부족한 운동을 보충하기 위해 계단 오르기를 하는데 '길막'으로 인해 불편하다"는 하소연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계단에 개인물품을 둘 경우 도난 위험이 있다"면서 "화분을 잠시 현관 앞에 뒀는데 분실돼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그렇다면 아파트 복도나 계단에 자전거, 킥보드 등 개인적인 적치물을 놓아두는 것이 이웃 간 지켜야 할 매너를 떠나 불법에 해당할까.
소방법에 따르면 아파트는 공용주택에 해당하는 공간으로 복도나 계단 그 밖의 설비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거생활이다.
소방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난 통로의 역할을 방해했는지가 작용한다.
아파트 복도 및 계단은 화재 시 다수가 대피하는 피난 통로로 장애물 적치 행위 적발 시 소방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1차 적발 시 100만원, 2차 적발 시 200만원, 3차 300만원)
하지만 이에 예외 규정도 있다.
복도나 통로에 자전거 등을 질서 있게 일렬로 정비하고 그 폭이 두 명 이상의 피난이 가능하도록 확보한 경우, 상시 보관이 아닌 일시 보관 물품으로 즉시 이동이 가능한 단순 일상 생활용품 등이 피난에 장애가 없이 보관되는 경우는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울러 복도 끝이 막힌 구조로 그 끝 쪽에 피난 및 소방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물품을 보관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다소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공동주택 내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는 법을 악용해 개인 창고처럼 공용공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 네티즌은 "야간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칠흑같은 어둠 때문에 더듬어 비상계단을 찾아 대피해야 한다. 또 연기가 차오면 앞을 볼 수 없고 호흡하기도 곤란한데 계단 난간에 자전거 등이 묶여져 있다면 여기에 걸려 넘어질 위험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