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일부 미지급에 국가 상대 소송…"소송 종류 바꿔 다시 심리하라" 파기환송
군대 간 아들의 사망보상금…대법 "보훈청 소송부터 걸었어야"
군대에서 사망한 아들의 순직을 뒤늦게 인정받고 국가를 상대로 보상금을 청구한 어머니의 일부 승소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국가가 아니라 우선 보훈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야 하는데 하급심이 이를 놓쳤다는 이유에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사망 군인의 어머니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사망보상금 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당사자소송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의 아들은 2014년 5월 육군에 입대했다가 2개월만에 부대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육군은 그해 12월 'A씨 아들의 사망은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순직자로 인정하지 않고 '일반사망' 결정을 했다.

이에 유족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16년 국가가 부모에게 4천600여만원씩(합계 9천3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유족이 재심사를 청구하자 국방부는 '순직3형' 결정을 내렸다.

유족이 순직 사망보상금을 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보훈청은 막상 사망보상금을 지급할 때가 되자 보상금 총 1억700여만원에서 이미 손해배상(국가배상)으로 지급한 9천300여만원 등을 빼고 1천400여만원만 유족에게 줬다.

A씨는 9천300여만원을 마저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유족이 국가배상을 받은 후 군인연금법상 보상급여를 청구하는 경우, 이 보상급여에서 이미 배상받은 국가배상액을 공제해야 하는지였다.

보상급여 신청과 그에 따른 정부의 처분 결과에 대해 유족이 '항고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곧장 보상급여 지급을 청구하는 '당사자소송'을 낼 수 있는지를 놓고도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항고소송과 당사자소송은 모두 행정소송의 한 유형이다.

항고소송은 우월한 의사 주체인 행정청의 처분 자체를 다루고, 당사자소송은 그 처분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다투는 재판이다.

처분이 위법한지를 가리는 항고소송의 피고는 처분을 결정한 행정청이다.

반면 처분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제기하는 당사자소송은 행정청이 아니라 국가나 공공단체 등을 상대로 제기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A씨는 국가를 상대로 군인연금법상 보상급여인 사망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당사자소송을 냈다.

따라서 쟁점은 보훈청의 보상금 지급 결정이 확정된 것인지 여부가 됐다.

결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즉 처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유족은 우선 보훈청을 상대로 '보상금 지급 처분을 하지 않은 위법'을 따지는 항고소송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1심은 정부가 유족에게 주지 않은 9천300여만원까지 지급해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군인연금법상 사망보상금과 국가배상금은 별도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라는 취지다.

반면 2심은 미지급 사망보상금 9천300여만원 중 7천만원가량은 국가배상으로 이미 지급됐다고 보고 국가가 A씨에게 2천200여만원만 더 지급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A씨의 당사자소송이 적법한지에 관해서는 행정청이 군인연금법상 보상금액을 1억700여만원으로 확정했다고 보고 1심과 2심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 중 보상금 2천200여만원 추가 지급 부분은 옳다고 봤다.

그러나 A씨가 당사자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보훈청이 '사망보상금의 일부만 지급하겠다'는 내부 문건에 결재하고 그 일부 금액만 A씨에게 지급했을 뿐, 이런 행정의사를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하지 않았으니 사망보상금 지급 청구에 대한 보훈청의 처분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당사자소송으로 사망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며 "만약 명시적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보훈청장을 상대로 사망보상금 지급 청구에 관한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했어야 하고, 이미 처분이 이뤄졌다면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2심)은 이 사건을 당사자소송에서 항고소송으로 변경할 것인지에 관해 석명권을 행사해 A씨가 적법한 소송 형태를 갖추도록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