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통일평화연, 10년간 해 온 '탈북민 설문조사' 분석결과 공개
"핵보유는 과반이 찬성"…"단기붕괴 응답은 지속해서 감소"
탈북민에 '김정은 지지여론' 물었더니…"젊을수록 지지 높아"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북한에서 젊을수록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북한이 붕괴할 거라고 보는 주민들도 많지 않았고, 이는 김정은 정권을 안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는 분석 결과도 도출됐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5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주민 통일의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11∼2020년에 매년 북한이탈주민 100명 안팎씩, 총 1천2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지 1년 3개월 이내의 탈북민들이 조사에 응했다.

북한에 현재 사는 주민의 데이터는 아니지만, 현지 주민에 대한 설문조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의미 있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북한에 살 때 주변 동료 중 몇 퍼센트가 김정은을 지지했느냐'는 질문에 '절반쯤 지지했다'는 응답이 18.3%로 가장 많았다.

'90% 이상이었다'는 17.1%, '10% 미만이었다'는 10.2%로 평가는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해당 답변 중에서 '김정은 지지도가 50% 이상이었다'고 응답한 결과를 추출해 따로 '지지도'로 계산했다.

김 교수는 "지지도에 대한 질문에 명확하게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절반'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아 평균을 내면 지난 10년간 지지율이 항상 50% 수준에 맴도는 오류가 생긴다"며 "'지지도가 50% 이상이었다'고 한 응답층을 적극적인 응답자로 분류해 통계를 재가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산정한 김정은의 지난 10년간 평균 지지도는 63.7%였다.

지지도는 집권 이후 전반적으로 상승하다 2018년 73.4%로 정점을 찍고 2019∼2020년 2년간 하락했다.

탈북민에 '김정은 지지여론' 물었더니…"젊을수록 지지 높아"
연령별 지지도는 20대(71.1%)가 가장 높았으며 30대(68.9%), 50대(57.2%), 40대(55.6%), 60대 이상(50.7%)이 뒤를 이었다.

김 교수는 "연령이 많아질수록 북한 주민들의 사회 경험과 관계의 폭이 넓어지면서 정치적 비판의식을 형성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사자가 속출했던 1990년대 후반 청년기를 보낸 40대의 지지율이 다른 연령대에 견줘 낮은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또 남한 문화 접촉 경험이 많을수록 김정은 지지도가 떨어졌는데, 해외문화 유입이 실제로 주민들의 정치의식을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북한 정권 예상 유지 기간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응답이 28.0%로 가장 많았지만 '30년 이상' 18.8%, '5~10년' 20.5% 등 응답도 있었다.

단기간에 북한이 붕괴할 거라고 보는 주민들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10년 추이를 보면 김정은 집권 이후 정권의 단기붕괴 응답이 지속해서 감소한 반면 장기유지 전망은 꾸준히 상승했다"며 "김정은 집권 이후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을 안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북한에 살 때 주변 동료들이 핵무기 보유에 찬성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찬성' 50.2%, '반대' 22.6%, '반반' 27.3% 등으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찬성 의견은 2014년 46.3%에서 2018년 56.3%까지 상승한 이후 하락세다.

2020년에는 '반반/그저 그렇다'는 중간 입장이 급증했는데, 2020년 이후 북미·남북 관계가 경색돼 향후 찬성 의견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탈북민에 '김정은 지지여론' 물었더니…"젊을수록 지지 높아"
북한 주민의 통일에 대한 기대와 지지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북한에 살 때 통일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지난 10년 평균 91.4%로, 같은 기간 남한 주민들의 응답(23.1%)을 훌쩍 웃돌았다.

아울러 4·19 혁명, 5·18광주민주화항쟁, 88서울올림픽, 2002월드컵, 쇠고기 반대시위, 세월호, 개성공단 운영 등 남한의 중요 정치사회적 사건사고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교육 수준과 연령대가 높을수록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개성공단 운영에 대해 남성의 92.5%, 여성의 90.4%가 들어봤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그만큼 개성공단이 다른 정치사회적 이벤트보다 잘 알려진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