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에 의료, 마약, 금융 등 특정 분야 전문검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게 되고,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사 출신인 장준혁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형사부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의료 분야 사건은 수사와 공판이 일체된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공판 과정에서도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새 감정과 증거가 대거 출현한다”며 “전문성이 없으면 사건이 외부 기관 감정 결과에 따라 처리되는 경우가 많고 부실 처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2005년 의과대학을 졸업한 장 검사는 2012년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검사로 임관했다. 검사 재직 중 법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가수 신해철 씨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의료 과오 사건은 분야 자체의 전문성, 폐쇄성으로 실체에 대한 접근과 증거 확보가 어렵다”며 “수사를 통해 사건을 파악하고 재판에 증거를 현출할 수 있는 통합형 전문가가 필요하고, 지금까지 검사가 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마약 전문검사들도 검수완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는 지난 22일 마약범죄 수사 성과 자료를 내면서 “마약수사청 신설 등 대안 없이 검찰의 마약 수사 기능이 폐지되면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 수사 능력과 국제 공조 시스템이 사장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국가의 마약 통제 역량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은 현재 38개 검찰청에 마약수사관 274명을 배치해 500만원 이상 마약 밀수입을 직접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마약 밀수범 입건의 46.7%(377명), 입수한 마약의 89.0%(509㎏)를 검찰이 책임졌다. 수도권 지검 부장검사는 “검찰이 수사에서 빠지면 경찰과 특별사법경찰의 부담이 커져 마약 범죄를 제대로 막지 못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증권·공정거래 등 경제 범죄 수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제 범죄는 수사 담당자들의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이 역시 오랫동안 검찰이 주도해 수사를 이끌어왔다. 박성훈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장 등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은 최근 입장문을 내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과 유관기관의 협업 시스템이 붕괴되고 그동안 쌓아온 수사 노하우가 사장된다”며 “금융시장은 선량한 투자자들을 지옥으로 끌고가는 포식자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법의 날인 25일 중재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오는 28일부터는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입법 추진 변호사·시민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고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