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독립 선언 후 1992년부터 러군 주둔…30%가 러시아어 사용
'중립' 표방하던 몰도바, 러 영향력 벗어나려 EU·나토가입 추진
[우크라 침공]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 제2의 돈바스 되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 작전'의 2단계 목표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남부 해안지역을 완전히 점령하기로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녜스트로비예)가 제2의 돈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사회에서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몰도바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러시아의 다음 표적지로 떠오르면서 몰도바 내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몰도바는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우크라이나 돈바스처럼 몰도바 동쪽 국경 지대에 위치한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도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특히 22일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 루스탐 민네카예프 준장이 러시아군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남부를 장악함으로써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갈 수 있는 출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지나 몰도바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발언에 몰도바 정부는 즉시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수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근거도 없는 발언"이라고 항의했다.

[우크라 침공]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 제2의 돈바스 되나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는 인구 약 400만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천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문제의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드니스테르강 동쪽 지역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지역 50여만 명의 주민 중 약 30%가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자체 국기에는 소련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를 넣을 만큼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트란스니스트리아와 몰도바의 관계는 1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작은 공화국을 세웠고 2차 세계대전 중 루마니아에서 떨어져 나온 몰도바를 몰도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편입하면서 트란스니스트리아도 몰도바에 붙였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와 원래부터 다른 나라였다며 분리·독립을 선언했지만, 몰도바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

전쟁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곧 멈췄고, 러시아는 몰도바와 협정에 따라 1992년부터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수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현재 몰도바는 물론 국제 사회 대부분도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몰도바에 중요한 이유는 이곳에 몰도바에서 가장 큰 발전소와 가스 펌프 공장이 있어서다.

에너지 공급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몰도바는 아제르바이잔이나 터키, 루마니아 등 다른 나라로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하려 하지만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몰도바에선 2020년 11월 대선에서 친서방 성향의 마이야 산두가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당시 대통령에 승리하면서 집권했고, 지난해 8월엔 역시 친서방 내각이 구성됐다.

이후 몰도바 정부는 전 정권의 친러시아 정책에서 선회해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NYT는 몰도바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헌법에 명시한 '중립주의'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몰도바는 지난달 유럽연합(EU) 가입을 신청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도 추진 중이다.

산두 대통령은 "우리는 취약 지역에 있는 취약국"이라며 "중립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지 묻는다면 나는 모르겠다"고 NYT에 말했다.

하지만 EU와 나토가 당장 몰도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우크라 침공]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 제2의 돈바스 되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