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속도·결석일수 등 세부과제 집중…의제 기능 약화 비판도
지방선거 앞두고 첨예한 이슈 전면화 부담…'존재감 약화' 지적도
'여소야대' 입법은 일단 패싱…'깨알정책' 쏟아내는 인수위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굵직굵직한 정책보다는 '깨알정책'을 주로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있다는 점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만 입법 없이 가능한 세부과제들에 집중하면서 인수위의 정책적인 의제설정 기능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연합뉴스 분석 결과, 인수위 출범 후 인수위원·대변인단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로 발표한 정책은 부처 업무보고 내용을 제외하고 26개다.

이 가운데 73%인 19개는 시행령 등 규정 개정, 소관 업무 강화, 전략 수립과 같이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거나 입법이 일부 필요하더라도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다.

인수위가 발표한 정책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가 대표적이다.

이 정책은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인수위는 현 정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새 정부 출범 다음 날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은 발표에 나선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심교언 팀장이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있고 여야가 공감하는 내용을 1차로 많이 집어넣었다"며 입법이 필요한 정책은 뒷순위로 미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인수위가 발표한 정책 중 일부 간선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60㎞로 높이는 방안은 시·도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결정하는 사안이다.

초·중·고교 학생 운동선수의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를 늘리는 정책, 순경 출신 경찰관의 경무관 이상 고위직 승진을 확대하는 정책 등도 소관 부처에서 추진할 수 있다.

인수위는 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 정책의 경우 찬반이 갈리고 입법이 필요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은 중장기적 검토 과제로 미뤄놓고 부처가 추진할 수 있는 모범계약서 보급과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실적 반영 등의 방안만 제시했다.

국세 데이터의 효율적 활용 방안, 관세청의 디지털 인프라 확보 방안, 통계청 K-플랫폼 조성 방안 등은 해당 부처가 내부적으로 이미 방향을 설정하고 검토해온 과제들이다.

인수위 발표 정책 중 입법이 필수적인 7개도 대부분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 119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맞춰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 농업직불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 등이다.

인수위가 이처럼 '소극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을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기류도 역대 정권에 비해 '조용해진 인수위'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동력이 가장 강한 정부 초기에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거대 공약을 추진하려면 인수위 단계에서 각종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개혁, 연금개혁, 세제개혁 등 주요 과제들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인수위가 언급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더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