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띄우겠다는 건지 말자는 건지…헷갈리는 중국 정책들[강현우의 베이징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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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신호와 정책들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워낙 통제가 강력하다 보니 경기 침체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이런 정책들을 중심으로 향후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까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자사주 매입 독려 나선 당국
최근에 중국 증권당국이 아주 인상적인 정책을 하나 내놨습니다. 아무리 중국이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등 떠밀기 내지는 팔 비틀기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정책의 이름은 '상장사의 건강한 발전을 더욱 지지하는 통지'입니다. 제목만 보면 시장 제도를 잘 정비하겠다 이런 걸로 보이는데, 실제로 내용을 보면 상장사들과 기관투자가들에게 주식을 사라는 겁니다. 통지를 낸 주체는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증감위라고 하죠,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국자위, 그리고 전국 상공회의소라고 할 수 있는 중화전국공상연합회입니다. 국자위는 중국 국유기업 중에서도 중앙기업을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중국 국유기업은 대부분 성이나 시 정부가 갖고 있고요, 중앙정부가 직접 보유하거나 관리하는 기업이 중앙기업, 앙기인데 중국식으로 읽으면 양치라고 합니다. 발음 주의해야죠.먼저 상장사들에는 자사주를 사라고 주문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띄우거나, 최소한 주가가 갑자기 너무 많이 내려가는 건 방어해 주는 효과가 있죠. 당국은 자사주를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면 직원들이 주가를 올리려고 열심히 일하지 않겠냐, 이런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또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사는 비용이 필요해서 우선주나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은행 같은 금융회사들을 동원해서 지원해 주겠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이 왜 이런 정책을 내놨을까요. 일단 지금 증시가 부진하기 때문일 겁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10%, 선전성분지수는 20%나 빠졌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다소 무리하다 싶은 방침을 노골적으로 내놓은 건, 앞으로 주가가 더 내려갈 것을 예상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많은 중국 전문가분들이 중국이 새로 어떤 정책을 내놓으면, 먼저 당연히 그 정책에 따른 기대효과도 봐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정책이 없을 때 중국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생각해 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행간을 읽고 이면을 보라는 건데요, 상당히 일리가 있는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주주에는 주식 매각 자제령
증감위는 또 상장사들에게 현금배당을 늘리고 투자자 관계, IR 활동을 열심히 하라고 독려했습니다. 역시나 주가 띄우라는 거죠.또 상장사 대주주나 임원들에게는 주식을 되도록 장기로 보유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지분을 늘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주식을 팔 거면 언제 얼마나 왜 파는지 명확하게 공시하라고도 했습니다. 팔지 말라는 얘기죠.
당국은 연기금 보험 신탁 자산운용사들이 보다 많은 자금을 상장사 주식에 배분해야 한다고도 했고요, 국유기업들은 앞장서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민간 기업들이 당국의 이런 압박에 얼마나 부응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장 코로나에 인플레가 닥친 기업들이 자사주를 살 여유가 많지도 않을 거고요. 이번 지침은, 직접 통제 아래 있는 국유기업들이나, 당국 눈치를 보고 있는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빅테크들에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앞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놓는 기업들은 한 번 체크해볼 필요가 있겠고요,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이미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착수했는데, 금액을 더 늘릴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중국주식 파는 외국인
이번 정책은, 외국인 투자자 보라고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홍콩증시를 통해서 본토증시를 거래하는 외국인 자금을 북향자금이라고 하는데요, 2014년 11월 후강퉁 선강퉁 교차매매가 시작된 이후 지난 3월까지 7년 5개월, 89개월 동안 월간 순매도는 10번 있었습니다. 나머지 79개월은 매수 우위였고요. 그만큼 외국인이 중국 주식을 꾸준히 샀다는 얘긴데요.지난 3월에는 순매도가 450억위안, 8조6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월간 기준 역대 세 번째고요. 팬더믹이 막 세계로 퍼지던 2020년 3월이 678억위안으로 최대였고, 미·중 무역분쟁이 고조되던 2019년 5월이 536억위안으로 두 번째였습니다.
4월에는 순매도가 다소 진정되긴 했습니다만 매수 우위로 다시 돌아섰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위안화 환율도 주식투자에는 불리한 쪽으로 가고 있죠. 현재 1달러당 6.3위안대인데, 앞으로 중국 수출이 줄면서 달러 유입은 줄고 미·중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달러 유출은 늘어날 전망이어서 환율은 달러 강세 내지는 위안화 약세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가 변동이 없어도 달러 기준으로 손실이 발생하죠. 예컨대 위안화가 약세가 유지되면서 환율이 6.3위안에서 6.5위안으로 오른다고 한다고 가정하고요. 외국인이 만달러를 들여서 6.3위안짜리 주식을 만주 샀다고 하면, 주가가 6.3위안 그대로 있다고 해도 환율이 3% 오르면 달러 기준 평가액은 3% 떨어지게 됩니다.
중국 경제가 좋으면 이 정도 환손실은 감수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중국 주식을 일단 달러로 바꾸는 게 좋은 판단일 수 있죠. 그러니 중국 금융당국이 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존 인프라로 돌아가나
중국 당국은 인프라 투자도 다시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은 올해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를 3조6500억위안으로 설정했습니다. 작년하고 액수는 같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1분기 한도 소진율이 0.7%밖에 안 됐습니다. 원래 중국은 춘제 연휴가 끝나고 3월 양회까지 마치고 나서 본격적인 행정이 시작되기 때문도 있고요, 또 지방정부들이 언제 어떻게 돈을 써야 할 것인가를 두고 신중했던 측면도 있었습니다.작년에는 중국 중앙정부가 신인프라라고 해서 특고압 송전선이나, 데이터센터나, 신에너지 발전 같은 시설을 늘리라고 지시하기도 했고, 돈이 될 만한 프로젝트에 투자하라는 지침도 내놨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부동산시장 침체로 전체 경기가 나빠지자 연말에는 올해 쓸 거를 당겨서 쓰라고 지시했습니다. 1년 쿼터의 3분의 1 정도 되는 1조4600억위안을 작년 12월부터 집행하라고 한 거고요. 또 최근에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인프라 투자에 다 쓰라는 지침도 내놨습니다. 그 결과 1분기 한도 소진율은 34%로 올라갔습니다.
이제까지 쓰인 8520억위안을 구분해 보면 절반인 4150억위안이 산업단지 건설에, 2320억위안이 교통인프라에, 2020억위안이 서민주택 건설에 들어갔습니다. 신인프라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죠.
올해는 지방정부가 특수목적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더해서 총 14조8000억위안, 약 2800조원을 인프라 건설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건설주 같은 인프라 투자 관련 주식들이 최근 한두 달 정도 상승세를 보이긴 했는데, 또 며칠 전에는 전국적인 봉쇄로 인프라 투자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소식에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리스크는 염두에 두시면 좋겠고요.
또 중국이 지금 당장은 급하니까 기존 인프라로 돌아가긴 했지만, 좀 여유가 생기면 다시 신인프라 비중을 늘릴 전망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프라 주식을 본다면 건설주 같은 기존 인프라보다는 통신이나 데이터, 에너지저장장치 같은 부문에 관심을 두는 게 좋아 보입니다.
국경 통제 푸는 중국
중국은 이례적으로 국경 통제도 일부 줄였습니다. 지난 11일부터 상하이, 광저우, 다롄, 쑤저우, 닝보, 샤먼, 칭다오, 청뚜 이렇게 8개 도시에서 해외입국자의 시설격리 기간을 14일에서 10일로 줄이는 시범 조치에 들어갔습니다.중국은 모든 해외입국자를 2주 동안 지정호텔 등 시설에 격리한 후 지역에 따라 1주일 이상 시설격리나 자가격리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상하이나 광저우는 이미 해외 노선 자체가 대폭 줄었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할 수 있습니다. 총 17일 격리 중에 핵산검사 6번, 항체검사 6번 해서 총 12번 코로나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고요. 하지만 이렇게 격리 기간을 줄이는 건, 코로나19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상하이나 지린성 봉쇄를 완화하는 것만큼이나 파격적인 조치로 보입니다.
이것도 어떤 측면에선, 외국인들을 위한, 외국인 보라는 조치라는 생각도 듭니다. 중국과 교류가 많은 국가들은 중국의 국경 봉쇄 때문에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려고 한다는 지적을 많이 해왔습니다. 가족비자도 안 내 주고, 한 번 고국에 갔다 오면 3주 격리를 해야 하니 직원들이 다들 본국으로 가겠다고 한다는 겁니다.
다시 방역 강조하는 시진핑
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국경봉쇄 완화가, 중국 매체들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해당 지역 언론에만 나온 수준이고요. 차이신이라는 매체는 영문판에는 이 기사가 있는데 중문판에는 없습니다.디이차이징, 제일재경이라는 매체는 샤먼에서 이런 조치를 한다고 했다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일재경이 이 기사를 내리기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엄중하며 방역 작업을 느슨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래 사람들은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는데, 지도자가 방역을 다시 강조한 거죠. 외부에서 보기엔 중국이 진짜 경제를 다시 살릴 생각이 있는 건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하겠습니다.
안개 속 중국 증시
마지막으로,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중국 증권사들은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정리 좀 해보겠습니다. 궈타이쥔안증권은 최근 상황을 '안개 속 운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비교적 솔직하죠. 그러면서 실적 위주로 종목을 선별하라고 했고요. 많은 증권사가 단기적으로는 인프라 투자,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주를 추천하고 있습니다.화안증권과 중금공사, 궈하이증권, 씽예증권 이렇게 4개 증권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많이 내려간 바이오와 의약주를 주목하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바이오주가 돌아오는 걸까요. 저는 앞으로 2년은 더 묻어놔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중국 증시는 요즘 정말 어렵습니다. 중국 시장이 좋을 때는 정책만 따라가도 됐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에 계신 투자자 여러분들도 부디 안전운행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h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