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누구나 함께 26년…꽃비처럼 나린 클래식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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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클래식 음악가 모임, 대를 이어 지역민들에게 공연 나눔
"엊그제 같던 말 없는 시간이 어느새 강산을 세 번이나 바꾸고 오늘에 닿았네요.
"
1984년 10월 30일 대구의 여름보다 뜨겁던 클래식 음악가 10명이 뜻을 모았다.
당시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이던 김명제(바이올린), 김애규(첼로), 김정애(바이올린), 김정희(비올라), 서영진(바이올린), 이난연(바이올린), 계명대학교 음대생이던 석정희(비올라), 정우균(바이올린), 창원대학교 음악과 김한기 교수(바이올린)와 안동대학교 음악과 박창근 교수(첼로)가 함께했다.
'노바현악합주단' 모인 이들은 스스로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척박했던 클래식 공연환경을 개선하고 지역민들과 클래식을 통해 문화적 여유와 감성을 나누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선한 도전이 필요했기에 '새로운'을 의미하는 라틴어 'Novus'가 기원인 영어식 표현 '노바(Nova)'를 가져왔다.
노바합주단은 그해 12월 13일 어린이회관에서 창단 연주회로 첫발을 뗐다.
"무서울 게 없었고 모두가 즐거워했다.
수백 명 관중이 박자를 맞춰 쳐주던 격려 박수는 아직도 생생하다"며 초대 악장을 맡은 김한기 전 교수는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월급이 한 20만 원 정도였는데 공연장을 빌리고 연습하고 이러는 데만 한 40~60만 원이 들었다.
이 모두를 단원들이 나눠서 부담했는데 누구 하나 반대 없이 기꺼이 냈다"라고도 덧붙였다.
클래식을 함께 나누고자 매년 2, 3차례의 정기공연을 무료로 했다.
박창근 전 교수는 "저희를 부르는 곳이 있다면 안동, 상주, 포항 등 어디든 갔다.
초청한 측에서 교통비 등을 부담한 적은 있지만, 저희 공연의 기본원칙은 클래식의 나눔이었기에 입장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장애인이나 클래식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초청 공연 등 해마다 10여 차례의 공연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공연을 즐긴 이들은 영양에선 고추를, 청송에선 사과를 합주단에 건네기도 했다.
합주단은 공연뿐 아니라 지역 클래식 문화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다양한 협연과 신인 작곡가의 곡을 찾아서 연주하고 어려운 음악가와 음대생을 위한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피터월록(P.Warlock), 바르톡(B.Bartok) 등 현대 클래식 작곡가의 작품을 한국 초연하고 대구의 신인 작곡가를 위한 '창작 음악의 밤', 음악가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협주곡의 밤'을 개최했다.
그렇게 16년이 지난 2000년. 단원들의 은퇴 시기가 겹치며 노바는 길게 숨을 고른다.
10여 년이 흐른 2013년. 끊길듯했던 노바의 이름은 1세대 단원의 장성한 2세들이 뜻을 모으며 '노바솔로이스츠'로 다시 태어난다.
박창근 전 교수의 자녀인 박성찬 첼리스트가 단장을 맡고 김현수·김소정 바이올리니스트, 배은진 비올리스트가 호흡을 맞췄다.
"나눔은 노바의 이유입니다" 박 단장은 참여 의미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부모님들이 활동했던 시기의 클래식은 무대 시설이나 저변확대 측면에서 척박했다면 이제는 능력 있는 연주자들이 설 무대가, 수준 있는 클래식 공연을 비용 부담 없이 즐기기가 척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시대가 변해도 클래식의 어려운 부분들은 여전하기에 젊은 음악가들의 재능과 열정의 나눔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2세대 노바도 어느새 10년째 활동을 이어온다.
첫 출범이후 활동한 햇수로만 26년이다.
그동안 대구지역 모든 구에서 무대가 필요한 음악가와 함께 지역민들을 초청해 공연을 펼쳤으며 클래식을 좋아하는 20여 명 남짓 동네 주민의 요청에 일반 가정집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며 모든 무대가 사라진 2020년에는 공연을 쉬었지만, 작년에는 유튜브로 비대면 라이브연주회를, 올해는 지난달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다시 공연을 선보였다.
한번 공연을 준비하는데 드는 500여만 원 등의 기본비용은 여전히 단원들이 부담하지만, 청년 음악가 지원 등을 위한 공연에선 입장료를 받아 수익금을 전달한다.
"수익보다는 예술의 진정성과 삶의 쉼터가 되는 또 참여하는 연주를 이어가고 싶다"는 박 단장은 "계속해서 지역에서 클래식 분야의 새로운 콘텐츠 레파토리를 발굴하고 청년 음악가를 많이 초청해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노바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자녀 세대들도 좋고 열정 있는 젊은 음악가들의 참여도 좋다.
이 나눔과 이름을 이어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
"엊그제 같던 말 없는 시간이 어느새 강산을 세 번이나 바꾸고 오늘에 닿았네요.
"
1984년 10월 30일 대구의 여름보다 뜨겁던 클래식 음악가 10명이 뜻을 모았다.
당시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이던 김명제(바이올린), 김애규(첼로), 김정애(바이올린), 김정희(비올라), 서영진(바이올린), 이난연(바이올린), 계명대학교 음대생이던 석정희(비올라), 정우균(바이올린), 창원대학교 음악과 김한기 교수(바이올린)와 안동대학교 음악과 박창근 교수(첼로)가 함께했다.
'노바현악합주단' 모인 이들은 스스로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척박했던 클래식 공연환경을 개선하고 지역민들과 클래식을 통해 문화적 여유와 감성을 나누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선한 도전이 필요했기에 '새로운'을 의미하는 라틴어 'Novus'가 기원인 영어식 표현 '노바(Nova)'를 가져왔다.
노바합주단은 그해 12월 13일 어린이회관에서 창단 연주회로 첫발을 뗐다.
"무서울 게 없었고 모두가 즐거워했다.
수백 명 관중이 박자를 맞춰 쳐주던 격려 박수는 아직도 생생하다"며 초대 악장을 맡은 김한기 전 교수는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월급이 한 20만 원 정도였는데 공연장을 빌리고 연습하고 이러는 데만 한 40~60만 원이 들었다.
이 모두를 단원들이 나눠서 부담했는데 누구 하나 반대 없이 기꺼이 냈다"라고도 덧붙였다.
클래식을 함께 나누고자 매년 2, 3차례의 정기공연을 무료로 했다.
박창근 전 교수는 "저희를 부르는 곳이 있다면 안동, 상주, 포항 등 어디든 갔다.
초청한 측에서 교통비 등을 부담한 적은 있지만, 저희 공연의 기본원칙은 클래식의 나눔이었기에 입장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장애인이나 클래식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초청 공연 등 해마다 10여 차례의 공연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공연을 즐긴 이들은 영양에선 고추를, 청송에선 사과를 합주단에 건네기도 했다.
합주단은 공연뿐 아니라 지역 클래식 문화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다양한 협연과 신인 작곡가의 곡을 찾아서 연주하고 어려운 음악가와 음대생을 위한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피터월록(P.Warlock), 바르톡(B.Bartok) 등 현대 클래식 작곡가의 작품을 한국 초연하고 대구의 신인 작곡가를 위한 '창작 음악의 밤', 음악가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협주곡의 밤'을 개최했다.
그렇게 16년이 지난 2000년. 단원들의 은퇴 시기가 겹치며 노바는 길게 숨을 고른다.
10여 년이 흐른 2013년. 끊길듯했던 노바의 이름은 1세대 단원의 장성한 2세들이 뜻을 모으며 '노바솔로이스츠'로 다시 태어난다.
박창근 전 교수의 자녀인 박성찬 첼리스트가 단장을 맡고 김현수·김소정 바이올리니스트, 배은진 비올리스트가 호흡을 맞췄다.
"나눔은 노바의 이유입니다" 박 단장은 참여 의미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부모님들이 활동했던 시기의 클래식은 무대 시설이나 저변확대 측면에서 척박했다면 이제는 능력 있는 연주자들이 설 무대가, 수준 있는 클래식 공연을 비용 부담 없이 즐기기가 척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시대가 변해도 클래식의 어려운 부분들은 여전하기에 젊은 음악가들의 재능과 열정의 나눔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2세대 노바도 어느새 10년째 활동을 이어온다.
첫 출범이후 활동한 햇수로만 26년이다.
그동안 대구지역 모든 구에서 무대가 필요한 음악가와 함께 지역민들을 초청해 공연을 펼쳤으며 클래식을 좋아하는 20여 명 남짓 동네 주민의 요청에 일반 가정집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며 모든 무대가 사라진 2020년에는 공연을 쉬었지만, 작년에는 유튜브로 비대면 라이브연주회를, 올해는 지난달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다시 공연을 선보였다.
한번 공연을 준비하는데 드는 500여만 원 등의 기본비용은 여전히 단원들이 부담하지만, 청년 음악가 지원 등을 위한 공연에선 입장료를 받아 수익금을 전달한다.
"수익보다는 예술의 진정성과 삶의 쉼터가 되는 또 참여하는 연주를 이어가고 싶다"는 박 단장은 "계속해서 지역에서 클래식 분야의 새로운 콘텐츠 레파토리를 발굴하고 청년 음악가를 많이 초청해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노바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자녀 세대들도 좋고 열정 있는 젊은 음악가들의 참여도 좋다.
이 나눔과 이름을 이어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