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장+여야 원내대표' 철통보안 유지 속 물밑 협상
극한대치 상황서 급반전…권성동 "당선인에도 이제 보고해야"

여야가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전격 합의하며 극한 대치를 해소하기까지 물밑에서 긴박한 움직임이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해 강행처리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국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하루만에 180도 달라진 셈이다.

수면 위로 극한 대치의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최소 4차례 이상 직접 만나 머리를 맞대고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절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흘 내리 대좌…'여소야대 첫 시험대' 검수완박 극적합의
'여소야대 정권교체기'의 첫 시험대에 올라섰던 여야가 도무지 접점찾기가 불가능해 보였던 검찰개혁 법안에서 극적합의를 도출하며 파국을 면한 모양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의 안건조정위 합류를 위한 '꼼수 탈당'과 무리한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인사청문회 및 코로나19 손실보상 추경안 처리 등을 앞두고 정국경색이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야가 박 의장의 중재안을 명분으로 합의에 이른 셈이다.

나흘 내리 대좌…'여소야대 첫 시험대' 검수완박 극적합의
국회와 여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이번주 최소 4번을 만나며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이견을 좁히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캐나다·미국 출장을 순연한 박 의장은 지난 19일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기소 분리 입법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으로 여야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회동했다.

이날 오후 3시 7분께 시작한 회동은 80여분이 지난 4시 30분께 되어서야 끝났다.

당시 양당 법사위 의원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측은 법안과 관련한 우려를 주로 이야기했고, 민주당은 이를 불식할 만큼 충분한 논의를 하자고 주장하며 난상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의 의견을 청취한 박 의장은 이튿날인 20일부터 본격적인 '중재안' 작업에 돌입했다.

국회에 따르면 박 의장은 밤 9시 양당 원내대표를 국회의장 공관으로 초대했다.

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약 3시간여 동안 검찰개혁 관련 법안의 합의점을 찾으려고 시도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해 헤어졌다.

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21일 오전에도 만났지만, 합의에는 실패했다.

나흘 내리 대좌…'여소야대 첫 시험대' 검수완박 극적합의
최대 이견은 '부칙' 부분이었다.

당초 민주당은 수사권 이전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검찰개혁 중재안 개정안의 법조항(부칙)에 수사권 이전 시기를 확실히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점진적 수사권 이전과 유예기간 설정 등 '연착륙'에는 동의하지만, 그 시기를 확실히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양쪽 입장은 또다시 평행선을 달렸다.

박 의장은 22일 오전 양당 원내대표를 재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민주당을 향해 '수사권 이전 시기 명시는 어렵다'라는 입장을 통보하며 최종 중재안을 전달했고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안 마련에 발 벗고 나선 박 의장이 '부칙 명시'라는 민주당 의견까지 받아들일 경우, 양당의 이견을 좁힐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오전에 박 의장의 입장을 수용했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중재안'의 수용 불가피성을 토로하며 의원들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강경 의원들의 반발이 있기는 했지만, 의원들 역시 '수사권 분리'라는 대원칙을 담았다는 차원에서 별다른 반발 없이 중재안을 수용했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주당과 같은 시간에 의총을 소집한 국민의힘도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공개 자리에서 협상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 설득에 나섰고, 민주당에 앞서 1시간40분 만에 일찌감치 '국민의힘은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합의문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화요일(19일)에 박 의장이 '내가 미국 출장을 보류할 테니까 좀 합의할 수 있게끔 양보안을 갖고오라'고 했다.

아까 (합의문에) 담긴 내용의 대부분은 제가 다 불러준 것"이라며 "수요일(20일) 오전에 만나고 그날 저녁에 의장 공관에서 또 셋이 만나서 밤 12시까지 회의하고, 오늘 아침에 다시 마무리한 것"이라고 협상 뒷얘기를 털어놨다.

이어 "이 사안은 의장님께서 중심을 잡지 않았으면 민주당의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았다"며 박 의장에게 공을 돌렸고, 고윤희 국회의장실 공보수석은 "권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없었으면 합의가 불가했다"고 권 원내대표를 추켜세웠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물밑에서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은 철통 보안에 부쳤다.

권 원내대표는 "나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만 알고 있었다"고 했고, 윤석열 당선인과 미리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도 "지금 이제 해야지, 이렇게 이렇게 됐다고
"라며 '협의하는 내용을 당선인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나'는 질문에도 "그렇죠. 예"라고 답했다.

나흘 내리 대좌…'여소야대 첫 시험대' 검수완박 극적합의
박 의장은 국회 밖 관계자들도 재차 만나며 '종합적 중재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최근 정부 측 관계자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중재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포함한 전 국회의장단을 만나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과 법안 처리 방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개혁' 당사자인 김오수 검찰총장도 최소 두 차례 만나 검찰 측 입장을 보고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