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한 버바 왓슨(미국)이 '2인 1조' 팀 대항전에서 파트너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파트너는 두 달 전 그의 우승컵을 뺏어간 해럴드 바너 3세(미국)다.

왓슨은 22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TPC 루이지애나(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팀 경기인 취리히 클래식(총상금 830만달러) 1라운드에서 바너3세와 10언더파를 적어냈다. 선두를 달린 패트릭 캔틀레이-잰더 쇼펄레 조에 3타 뒤진 공동 6위다. 이날 경기는 두 명의 선수가 각자 볼을 쳐 더 나은 스코어를 팀 성적으로 삼는 포볼 방식으로 치러졌다.

왓슨과 바너는 지난 2월 열린 아시안투어 PIF사우디인터내셔널에 출전해 우승컵을 두고 혈투를 벌인 사이다. 왓슨이 바너에게 1타 앞선 채로 먼저 경기를 끝냈는데, 바너가 마지막 18번홀 그린 밖 28m 지점에서 이글 퍼트를 넣는 바람에 준우승에 그쳤다. 그런데 왓슨은 아쉬워하기는커녕 손뼉 치며 바너3세에게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당시 왓슨은 "친구가 우승하니 행복하다"며 "내 소중한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덕분인지 작년 취리히 클래식에 출전하려 파트너를 찾기 위해 문자를 돌렸던 왓슨은 이번엔 쉽게 파트너를 찾았다. 심리적 부담이 덜 했는지, 이날 줄인 10타 가운데 이글 1개를 포함해 홀로 8타를 쓸어 담았다. 바너3세도 2타를 줄여 힘을 보탰다.

한국 선수들도 선전했다. 강성훈(35)은 교포 존 허(미국)와 함께 나와 9언더파 63타 공동 9위에 올랐다. 노승열(31)도 교포 마이클 김(미국)과 9언더파를 합작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랭킹 포인트만 없을 뿐 페덱스컵 포인트와 상금, 우승자에게 주는 2년 투어 카드 등 특전 등은 다른 대회와 같다. PGA투어 잔류가 위태한 강성훈과 노승열에겐 절호의 기회다.

임성재(24)는 안병훈(31)과 함께 7언더파 공동 28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교포 대니 리(뉴질랜드)와 호흡한 배상문(36)은 6언더파 공동 46위를 기록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캔틀레이-쇼펄레 조는 13언더파 59타를 때렸다. 둘은 프레지던츠컵과 라이더컵에 함께 출전하는 등 이미 여러 번 호흡을 맞춘 사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