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극한 대치가 계속되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이 극적으로 해소된 가운데,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6선인의 박 의장은 이번 국면에서 해외 순방까지 미루며 여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만들고 여야 양측의 동의를 끌어내는 등 '키맨'으로서 파국을 막는 막후 조정역을 했다.
정권 교체기 이 문제로 정치권이 파국으로 치달았다면 신·구 정부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박 의장의 중재역이 빛을 발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앞서 박 의장은 민주당이 숨 가쁘게 입법 가속페달을 밟으며 여야 간 극한충돌이 이어지자 애초 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예정됐던 미국·캐나다 출장을 보류하고서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팽팽하게 대립하던 양당 원내지도부의 물밑 협상을 조율하는 한편, 여러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하며 절충안 마련을 위해 며칠간 고심을 거듭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 의장이) 지난주부터 전문가는 물론 여야 원내대표와 지도부, 관계 의원, 전직 국회의장, 정부 내 책임이 있는 분들을 계속 만나며 두루 의견을 청취했다"며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의지와 합의와 소통을 중시하는 국회 운영에 대한 박 의장의 소신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지난해 8월 언론중재법 처리 과정에서도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법안 상정을 미루고 국회 특위를 통한 논의를 이어가도록 중재한 바 있다.
민주당이 당시 국회 문체위에서 여야 4대 2 비율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박 의장은 국회법상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본회의를 연기하기도 했다.
박 의장이 이날 내놓은 중재안에도 '합의와 소통'을 중시하는 뜻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의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서로서 8개 항에 달하는 최종안을 제시했다"며 "오늘 양당 의원총회에서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의원총회에서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연달아 결정하며 화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뒤 브리핑에서 "의장 중재안은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서너 차례 회동 통해 합의한 안"이라며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은 의총을 열고 국회의장께서 중재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강조해 온 기소·수사권의 분리 원칙, 4월 임시국회 처리, 한국형 FBI(연방수사국) 설립 등을 언급하며 "이 세 가지가 의장 중재안에 기본적으로 반영됐다고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 모두 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중재안은 다음 주중 본회의를 원만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다음주에 본회의를 열어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